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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액션? … 둘 다 본다!

입력 : 2006-08-25 10:52:00 수정 : 2006-08-25 10: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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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여성 취향 두 영화 주말 개봉 영화 취향의 차이만큼 남녀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있을까. 주말 데이트에 나선 연인들은 액션과 드라마 사이에서 옥신각신한 경험이 한 번쯤 있을 것이다. 주말을 앞두고 여성 취향의 ‘나인 라이브즈’와 테스토스테론을 자극하는 액션 영화 ‘13구역’이 나란히 개봉했다. 한 번씩 양보해 오랜만에 각자의 취향을 충족시키는 것은 어떨까.
>> 13구역
스피드·박진감… 현란한 ''몸의 예술''
영화 ‘13구역’은 마치 석사 학위를 가진 아널드 슈워제네거를 보는 듯한 뿌듯함을 선사한다. 액션 영화의 만성적인 결핍으로 지적받아온 부실한 스토리를 극복하고, 영화가 제작된 프랑스 사회에 대한 은유로도 읽히는 메시지까지 겸비했기 때문이다. 올여름 많은 공포영화들이 시도했지만 실패한 반전을 ‘13구역’은 무난하게 선보인다.
제작자와 배우를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날렵하고 박진감 넘치는 액션 영화에 대한 기대치가 상승한다.
‘그랑블루’ ‘제5원소’ ‘택시’ 등을 연출한 뤼크 베송 감독이 ‘13구역’의 산파이자 막후 조율자로 나섰다. 그는 익스트림 스포츠 ‘파쿠르(Parkour)’의 살아 있는 전설로 통하는 다비드 벨을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파쿠르는 영화 ‘야마카시’를 통해 국내 알려진 신종 익스트림 스포츠. 장비를 전혀 걸치지 않은 맨몸으로 지붕 위를 뛰어다니며, 콘크리트 벽을 기어오르고, 건물과 건물 사이를 뛰어 넘는다. 이런 고난도 액션은 국내에선 영화 이름을 따 ‘야마카시(Yamakasi)’로 알려졌지만, 이는 파쿠르를 즐긴 초기 클럽의 이름이 잘못 소개된 것.
15세에 파쿠르를 창안한 다비드 벨은 영화 ‘야마카시’에서 무술고문 역을 맡은 것이 인연이 돼 ‘13구역’에 출연하게 됐다. 다비드 벨과 짝을 이뤄 살아 있는 액션을 선보이는 시릴 라파엘리는 무술감독으로 활동하다가 ‘13구역’에 캐스팅됐다. 그는 ‘늑대의 후예’ ‘택시 2’ 등의 작품에 참여했다. 이들이 준비한 영화 속 하이라이트는 카지노 액션. 좁은 세트 안에서 주인공이 마피아 35명과 혈투를 벌이는 6분 분량의 장면을 위해 2개월간 액션의 합을 맞췄고 촬영하는 데 꼬박 6일이 걸렸다.
정부도 손을 쓸 수 없는 범죄의 도시 13구역. 그곳의 독재자 타하와 대립하던 레이토는 타하와 결탁한 경찰에 의해 수감된다. 6개월 후 시한폭탄 장치가 달린 핵미사일을 운반하던 군용 트럭이 13구역 부근에서 탈취당하고 국방부는 타하를 배후인물로 지목한다. 48시간 안에 핵미사일을 해체하지 않으면 파리 전역이 불바다가 될지도 모르는 상황. 국방부는 최정예 특수요원 다미앙에게 핵미사일을 해체하라고 명령한다.
13구역으로의 안전한 잠입을 도와줄 유일한 인물로 수감 중인 레이토가 선택된다. 동생 롤라를 타하로부터 구해야 하는 레이토와 미사일 해체 임무를 완수해야 하는 다미앙은 서로 믿지 못하지만 각자의 목적을 위해 둘은 일단 손을 잡기로 한다. 두 사람은 타하의 본거지에 찾아 들어가지만 미사일을 해체하면 끝날 줄 알았던 임무는 보이지 않는 음모로 인해 다미앙과 레이토를 더 큰 위험으로 내몬다.
미사일 해체에 성공할지, 레이토와 다미앙이 과연 음모를 눈치 채고 위험을 모면할지 영화는 끝까지 관객의 궁금증을 자극한다.
신혜선 기자


>> 나인 라이브즈
사랑·이별·상실… 아홉 여성 삶의 단편
Scene #1
만삭의 다이애나(로빈 라이트 펜)는 동네 마트에서 스물한 살 때 헤어진 옛 연인 데이미언(제이슨 아이작스)과 마주친다. 라디오 시사프로의 프로듀서로 일하는 데이미언도 결혼한 상태. 데이미언은 다이애나에게 “지금도 너를 생각해”라며 속내를 털어놓고 다이애나는 “결혼도 한 주제에 내 생각했다고? 그럼 안 되는 거야”라고 말한다. “너랑 겨우 5분 있었는데 내 삶이 허구 같아”라는 다이애나에게 데이미언은 “우리니까. 데이미언과 다이애나. 변치 않는 사실이잖아”라며 다이애나를 흔들어 놓는다.
Scene #2
유방암으로 병원 시세를 지고 있는 카밀(캐시 베이커)은 종양 제거 수술을 기다리고 있다. 그녀는 침대 높이 조절에 서투른 남편에게도, 도와주려는 간호사에게도 짜증을 부린다. 수술 길에 떨어진 반지도 불길하고 꿈자리도 뒤숭숭하다. “꿈에 내 가슴이 변기 물에 쓸려 바다로 떠내려간 거야. 그랬더니 갈매기들이 내 가슴을 막 쪼아대는 거야”라며 불안해하는 카밀. 그녀는 마취제를 맞고서야 신경이 누그러지고 속내가 드러난다. “우린 행운아야. 무언가의 부분이니까”라며 의식을 잃는 카밀 옆에서 남편이 그녀를 보듬는다.
2005년 로카르노 영화제 최고작품상을 수상한 ‘나인 라이브즈’는 10∼14분 분량의 9개 에피소드로 구성돼 있다. 딸, 어머니, 아내로서 역할하고 있는 여성 9명의 삶을 실시간 중계하듯 건조하게 보여준다. 각 캐릭터의 사연이나 처해 있는 상황에 대한 자세한 묘사는 없지만 단편소설을 읽을 때 경험하는 강렬한 깨달음의 순간을 선사한다.
마트에서 옛 연인을 마주한 다이애나는 가슴에 인장처럼 깊이 새겨진 지난 사랑과 상처로 감정의 풍랑을 만난다. 혼란 속에서도 그녀가 깨달은 것은 “그 옛날 헤어지지 말았어야 했다”라는 후회다. 남편과 뱃속의 아기에 매인 몸임에도 불구하고. 여성성을 잃을 위기에 처한 카밀의 에피소드에선 상실에 대한 두려움, 비인간적인 병원 환경, 남편의 인내와 사랑 등에 대한 통찰로 인도한다.
감독 로드리고 가르시아는 소설 ‘백 년 동안의 고독’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아들이다. 이야기를 엮어내는 솜씨가 부전자전이다.
글렌 클로스, 다코타 패닝, 홀리 헌터, 시시 스페이섹 등 출연한 14명의 여배우는 로카르노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공동 수상하는 이례적인 사건을 만들어냈다. 일상을 살아가는 여성의 모습을 실감 나게 표현함으로써 가르시아 감독의 이야기에 혼을 불어넣었다.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딸 마리아(다코타 패닝)와 무덤가를 찾은 매기(글렌 클로스)는 한 묘지 앞에 자리를 펴고 샌드위치도 먹고 이야기를 나눈다. 매기는 “이 사람들은 얼마나 무거운 가방을 머리에 지고 살다 갔을까”라며 무심하게 관객들을 흔든다.
신혜선 기자 sunsh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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