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안전사고로 전국에서 70여명이 다쳤고 절도 등 범죄도 잇따랐다. 돈벌이에 눈이 멀어 학생에게 술을 파는 잡상인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어게인 2002’ 시민의식=붉은 악마가 응원전을 펼친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주변은 경기 후 버려진 음식찌꺼기와 응원도구 등 쓰레기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응원단은 밤샘 응원에 지쳤지만 오전 6시 경기가 끝나자마자 한 시민단체가 나눠준 봉투에 쓰레기를 담아 환경미화원에 전달했다. 쓰레기봉투를 들고 청소에 나선 고교생 이모(17)양은 “토고전 때 무질서했다는 비난 여론에, 인터넷에서는 깔끔하게 정리하자는 얘기가 많았다”며 “참석자가 각자 가져온 것만 가져가면 금방 말끔해질텐데 청소부 아저씨들을 고생시킬 필요가 있느냐”고 말했다.
흥분한 응원단이 거리를 난장판으로 만들었던 토고전 때와 달리 이날은 뒤풀이 모습도 비교적 차분했다. 대학생을 비롯한 젊은이들이 호프집 등에 모여 응원전을 펼친 서울 신촌 지역에서는 경기 직후 곧바로 응원단이 해산됐다. 신천, 압구정 등 강남 지역 역시 일부 젊은이가 트럭에 올라타 응원구호를 외치고 차량 밖으로 상반신을 내민 채 폭죽을 터뜨리는 등 다소 위험한 행동을 보였지만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었다.
응원 후 길거리가 비교적 신속하게 평온을 되찾아가면서 우려하던 출근길 대란도 발생하지 않았다. 응원을 마친 시민들이 바로 직장이나 학교, 집으로 향해서인지 도심 분위기는 이내 차분해졌다. 가장 많은 인원이 모인 세종로사거리는 이날 새벽 3시부터 응원으로 교통이 전면 통제됐지만 경기 직후 바로 인파가 빠지면서 빠르게 정상을 되찾았다.
◆사건·사고는 옥에 티=수준 높은 응원문화를 만들어 가려는 시민들 노력에도 불구하고 무질서로 인한 안전사고가 잇따랐다.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18∼19일 전국 거리응원 현장에서 다친 사람은 70여명에 이른다. 이 중 24명은 가벼운 찰과상을 입어 현장에서 응급조치만 받았으나, 플라스틱 물병 등에 맞아 얼굴 등을 크게 다친 46명은 병원으로 옮겨졌다.
응원장 혼잡을 틈탄 범죄도 전국에서 잇따랐다.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는 옆자리 시민의 지갑을 털던 소매치기범 2명이 잇달아 현장에서 경찰에 붙잡혔고, 여자 응원객 엉덩이를 만지던 10대 성추행범도 체포됐다.
서울과 의정부, 대전 등에서도 시민들간에 크고작은 폭력사건이 발생했고 대구에서는 거리응원장 주변 차량을 털던 절도범이 붙잡혔다.
일부 잡상인이 거리응원에 나선 청소년의 탈선을 부추기는 현장도 목격됐다. 대규모 인파가 모인 서울시청 앞 광장 주변에는 노점상인이 캔맥주 등을 내놓고 중·고교생에게 버젓이 팔았으나 단속의 손길은 미치지 못했다.
문화연대 김완 상임활동가는 “응원 문화에는 항상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이 공존한다”며 “축제 속성에 따라 어느 정도 일탈은 용인되지만 실정법 위반에 대해서는 엄정한 처벌과 단속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호·조민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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