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삐! 삐리릭! 짹! 짹짹! 피궁! 피궁! 호르르륵!
뻐국! 뻐국!…
도대체 무슨 말로 저 아름다운 소리를 표현할 수 있을까? 내 글재주로는 어림도 없다. 아름다운 소리만 내는 게 아니다. 구슬픈 소리도 낸다. 적막한 숲 속에 혼자 우는 뻐꾸기 소리는 구슬프다 못해 처량하기까지 하다.
언젠가 TV에서 드라마 극장을 본 기억이 난다. 아주 오래 전이라 정확한 제목은 생각이 안 난다.
아주 깊은 산속에 어머니와 어린 딸이 살고 있다.
아주 작은 오두막집에서 어머니는 산에 가서 나물을 캐다 읍내에 나가서 팔아서 먹고 사는데 어린 딸은 우리처럼 황둥이가 아니고 피부가 전혀 다른 흑인이다.
학생이라야 열명 남짓한 산골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조그만 산골에 아이의 피부색이 그렇게 다르니 다른 아이들에게 놀림을 받는 것은 당연했다.
뻐꾸기 소리가 슬프게 우는 숲 속 오솔길로 집에 돌아오며 우는 어린 아이는 어느 날 늦도록 귀가하지 않는다. 나물바구니를 내동댕이치고 어머니는 아이를 찾아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로 나간다.
개울가에서 손등에 피를 철철 흘리며 쓰려져 잠든 아이를 업고 돌아온다, 필시 손이 하얗게 될 때까지 손등을 돌로 문지른 것이다. 아이는 자기가 피부색이 까만 인종이라는 것을 모르고 돌로 문지르면 까만 피부가 하얀색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숲속 에서본 하늘 |
눈물을 흘리며 돌아오는 두 모녀의 귓가에 들리는 처량한 뻐꾸기 소리.
어머니는 말한다.
“저놈의 뻐꾸기 소리! 저놈의 뻐꾸기 소리! 내 신세처럼 처량하게 우는구나!”
뻐꾹 뻐꾹! 하는 새소리 속에 어머니가 그 흑인아이를 낳게 된 과거가 영상으로 펼쳐진다.
전쟁으로 시작된 비극이다. 1.4 후퇴 때 피난을 내려오다 인민군의 총에 모든 가족을 잃은 어느 소녀가 미군 지프차를 얻어 타고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부지한다. 그리고 계속 미군 지프차를 따라다니며 미군들의 보호를 받는다.
그러다가 소녀는 자기에게 엄청 친절을 베푸는 흑인 병사를 사랑하게 된다. 그러다가 임신을 했고 전쟁 통에 흑인병사는 전사한다.
소녀는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 목숨을 걸고 아기를 낳는다. 그러나 어머니도 아이도 행복할 리가 없다. 놀림 당하는 것을 견디다 못해 어머니는 아이를 초등학교 졸업하기 전에 미국으로 입양을 보낸다.
홀로 남은 오두막집에서 눈물로 세월을 지새는 외로운 여인은 언제나 뻐꾸기 소리를 듣는다. 아이는 자라서 20살이 되어 어머니를 찾아온다. 온갖 새들이 지저귀는 숲 속 오두막집은 조금도 변함없다. 어머니의 인생을 가엾다고 생각하면서 뻐꾸기 소리 구슬픈 이 지긋지긋한 오두막을 떠나라고 한다.
드라마 작가는 아마도 우리민족의 비극을 말하고 싶었겠지만 내게 그 숲 속은 온갖 새소리가 아름다운 자연의 신비함으로 지금까지 마음에 남아 있다.
녹음이 우거진 6월의 푸른 숲은 정말 새소리가 아름답다.
삐!삐! 삐리릭! 호르륵! 지지지지! 프르르르…피르르르ㅡ.
하하하하…정말 아름다운 대자연의 교향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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