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크 시대를 연 루벤스의 대표적인 작품 ‘삼미신’에 등장하는 세 여인은 요즘과 비교해 매우 거대한 몸매를 가졌다. 뚱뚱하며, 출렁이는 허벅지와 엉덩이, 커다란 골반이 눈에 들어온다.
현대의 눈으로 보면, 이것이 어떻게 ‘미’일 수 있을까 싶을지 모른다. 하지만 당시 여성 미의 기준이 생산력과 풍요로움이었음을 안다면 고개가 끄덕여질 것이다. 아울러 출렁이는 살들에 비해 여인들의 몸매에서는 균형미와 건강미가 느껴진다. 상체와 하체의 비율, 가슴 크기, 허리에서 엉덩이로 이어지는 굴곡이 자연스럽다.
‘풍만함’이 미의 기준이던 17세기는 현대 여성에게 천국일지도 모른다. 요즘의 미적 기준이란 ‘기형적으로 마른 체형’이어서, 아무리 균형 잡힌 몸매라도 마르지 않으면 아름답다고 여겨지지 않기 때문이다.
얼마 전 키 162㎝에 몸무게가 약 50㎏인 보통 체격의 여성이 지방흡입술을 받겠다며 병원을 찾았다. 아무리 봐도 지방흡입술이 필요하지 않은 듯해 설득했지만 막무가내였다. 마른 몸 선호가 높아지면서 생긴 반작용이라 할 수 있지만, 지방흡입술을 체형 변화의 도깨비방망이쯤으로 잘못 생각하는 것도 문제다.
지방흡입술은 체형 자체를 변화시키는 게 아니라 몸의 곡선미와 균형미를 보완하는 데 목적이 있다. 얼굴과 목 주변, 배, 옆구리, 엉덩이와 허벅지, 팔 윗부분 등 다이어트나 운동으로도 살이 잘 빠지지 않는 부위를 교정한다.
최근 개발된 ‘어코니아 레이저’ 지방흡입술은 짧은 시간 안에 지방층을 고르게 제거해 수술 부위가 울퉁불퉁해질 위험이 작고 효과 면에서도 손색이 없다.
하지만 지방흡입술로 비만을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5000㏄ 이상의 지방을 빼내면 다량의 출혈과 전해질 불균형이 생길 수 있어 고도비만자가 아니라면 무리하지 않는 게 원칙. 이렇게 빼내는 지방을 몸무게로 따지면 2∼3㎏밖에 되지 않는다. 즉 지방흡입술을 받는다 해도 ‘삼미신’의 출렁임이 슈퍼모델처럼 날씬한 몸으로 바뀌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얼마 전 발표된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젊은 여성의 80%가 현재 체중에 만족하지 못하며 74%는 체중 감량을 시도한 적이 있다고 한다. 혹시 자신도 이에 속한다면, ‘삼미신’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건강미를 돌이켜보길 권한다.
아무도 ‘삼미신’을 ‘뚱뚱해서 추하다’고 하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이해하기 때문이다. 미치도록 마른 몸을 갈구하는 시대, 여성 스스로, 그리고 사회의 눈이 ‘삼미신’을 보는 눈과 같아지기를 소망해 본다.
심형보 바람성형외과 원장(www.brea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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