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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옥기 칼럼]시산제(始山祭) 산행(山行)

입력 : 2006-04-17 11:26:00 수정 : 2006-04-17 11: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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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 처음시산제(始山祭) 산행을 했다. 제키 존스 마운틴. 그리 높지 않은, 약 1시간 30분 거리의 산행이다. 목적지에 올라가서 잠시 쉬다가 기념사진을 찍고 올라온 방향과는 다른 길로 내려갔다.

산 중턱에서 호수를 만났다.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기 마련인데, 산 아래가 아닌 산중턱에 호수가 있다니, 신기했다. 하긴 백두산 천지와 한라산 백록담이 있긴 하다. 그런 것을 보면 자연은 참으로 신비하고 오묘하다. 등산하다 만난 호수는 모래사막의 오아시스다. 호수는 맑고 아름다웠다. 호수 가장자리에 앉아서 손을 씻어본다. 잔잔한 바람이 시원하게 땀을 말려주고, 호수의 물이 가슴속까지 시원하게 해준다.

뉴욕일요산악회. 그들은 호숫가에 시산제(始山祭)를 위한 자리를 잡았다. 나무에 배너를 달고, 그 아래 맨바닥에 자리를 깔고 몇 가지의 나물과 과일, 시루떡, 막걸리 등의 음식을 차렸다. 꼭 있어야 될 것 같은 돼지 머리는 보이지 않는다. 모두 제사상을 중심으로 빙 둘러서서 시산제를 올렸다. 홍종학 회장이 제일 연장자인지, 그가 제주가 되어 축문을 읽는다.

“하늘이 열리고, 대한민국의 동쪽 이역만리 미국에 와 미국의 동북쪽 특별한 명산 하리만 주립공원 제키 존스 마운틴에서 뉴욕일요산악회 정영은 회장 및 산을 사랑하는 산악회 회원 여러분의 천복을 빌며 만사가 대길하고 백사가 이뤄지며 맘과 뜻이 순조로이 소원성취 이루도록 산신령님께 빌고 또 비옵니다.

” “부모에는 효도, 지역사회에는 봉사, 나라에는 충성, 부부애가 넘쳐 화목 되게 하옵소서.” “1년은 열두 달 365일, 산천을 왕래할 때 무사고(無事故) 산행되게 하시고, 산의 정기(精氣), 땅의 지기(地氣)를 받아 건강하고 태평성대 하게 하옵시고, 만사 무량무사 하시기를 천지 지신인 산신님께 비오며 지성(至誠) 발원(發願) 하옵나이다.” 축문이 끝나자 국악인 박윤숙 김치중 정승현 장근덕씨등 초청받은 평화통일 농악단이 장고와 북 꽹과리를 울리며 신령님을 맞이한다.

산악인들이 절을 하고 산신령에 막걸리 한 잔씩을 올린다. 돈을 내는 이들도 있다. 국악인 김치중씨가 또 한번 축원을 한다. 산악회 회원과 초청인 모두 한 30명. 산의 정기를 맘껏 들이쉬고, 시산제에서 발원하는 땅의 지기까지 흠뻑 받았으니 다들 기분 좋다. 국악인들의 농악연주에 맞춰 얼씨구 추임새도 추면서 둥글게 원을 그리며 신나는 농악 한마당이 펼쳐졌다. 시산제를 하기에는 안성맞춤인 화창한 날씨다. 완연한 봄기운이 싱그럽다. 호수에 앉았다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시산제 음식을 나눠먹었다.

나의 첫 시산제 산행. 맑은 냇물이 흐르는 계곡을 지나 산을 오르는 봄 산행의 상쾌함은 올 한 해의 좋은 출발을 예감한다. 산행이란 단어를 좋아하면서도 이제껏 살아오면서 산에 오른 것은 별로 없다.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이다. 학생시절 눈 쌓인 대구의 팔공산과 가을 단풍이 우거진 앞산, 좀 더 나이 들어서는 서울의 도봉산, 그리고 미국에 온 후 최근에 평통과 언론인 대회에서 금강산 구룡폭포과 만물상에 올라갔었다. 지난 해 가을엔 설치작가 전수천의 열차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기차로 미 대륙을 횡단하면서 그랜드 캐년의 협곡을 내려갔다가 올라왔다.

산을 오를 때 땀흘리며 숨이 차서 헉헉거리다가도 정상에 오르면 날아갈 것 같은 기분, 그 기분 때문에 단 몇 번 산악 팀을 따라 산행을 했던 것이고, 살아오면서 등산은 남이 하는 것으로만 여겨왔었다. 그랬는데, 며칠 전 홍종학 회장님으로부터 시산제에 참석하라는 연락을 받고는주요한 일정들을 미루고 따라나섰다.

새로운 해를 맞이하여 산신령께 한 해의 안전산행을 기원하는 제사라는 기본적인 상식만 알 뿐 시산제 모습을 한번도 본 적이 없으니 궁금하기도 하려니와 이 좋은 봄날 산의 정기를 받고싶은 마음도 함께 일었다. 또 주 6일간 신문을 만드는데, 더욱이 일요일엔 교회에 빨리 다녀와서 신문사에 근무해야하는 특수 직업이어서 매주 일요일마다 산행을 하는 산악인들이 부럽기도 했고, 이민 살이 하면서 그런 멋있는 생활을 하는 이들이 어떤 분들인가 궁금하기도 했다.

그런 저런 이유가 뒤섞여서 간 시산제 산행은 참 좋았다. 활짝 핀 노란 개나리와 보라색 목련꽃에서부터 이제 막 피어나는 이름 모르는 파란 새싹의 나무들이 봄의 전령사가 되어 마음을 두근거리게 하는 베어 마운틴 가는 봄의 길목, 산 곳곳이 소복하게 싸여있는 연두색 이끼들, 하지도 못하는 북 장단을 치며 국악인들과 함께 어울리고... 여행사 여사장이 산악회를 이끌고 있는 것도 좋았고, 그 흔한 골프 대신 산을 찾는 청장년 산악인들의 마음씀이 좋았다. 전천후 산행을 한다는 홍회장님이 자신의 건강비결이 등산이라며 일요일이 어려우면 토요일에 가는 산악회를 따라가라는 말도 고맙다.

“우리 한 달에 한 번이라도 갈까?” 산행을 마치고 너무 좋아서 박윤숙 원장과 다짐 같은 말을 나눴지만 그녀나 나나 매일 바쁘다는 말을 입에 붙여놓고 사는 사람들이고 보면 우리 둘의 다음 산행 약속은 믿을 게 못된다. 그래도 이번 같은 산행은 또 가고싶다.

김옥기 스페이스 월드 관장

<전교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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