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 회춘이라고 하면 중국의 진시황제를 떠올린다. 중국을 처음으로 통일하고 고대국가의 틀을 잡았던 진시황제가 자신의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 중국과 전 세계로 불로초(不老草)를 구하려 했다는 이야기는 너무나 유명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사실 주름살을 없애고자 하는 사람의 욕망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주름은 인간을 나이들고 병약해 보이게 만들기 때문이다 . 더 나아가 치열한 경쟁을 필요로 하는 현대사회에서 나이 들고 늙었다는 것은 자신의 경쟁력이 다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젊게 보이려 하는 것이다. 동양권에서 유명한 진시황제의 불로초 이야기처럼 서양의 신화에서도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곳곳에서 발견된다. 대표적인 것이 그리이스 신화의 회춘이야기 이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아르고호의 승무원들을 지휘한 영웅이었던 이아손이다. 이아손은 테살리아의 대도시 이오르코스의 왕이었던 아버지 아이손의 아들이었다. 이아손의 아버지 아이손은 그가 아직 어렸을 때 펠리아스(Pelias)에 의하여 왕위에서 쫓겨났다. 그래서 그의 어머니는 켄타우로스족 카이론(Chiron)에게 그를 맡겼다. 성인이 된 이아손은 왕위를 되찾기 위하여 펠리아스에게로 가던 도중 누추한 노파로 변장한 헤라(Hera)를 만난다 . 부탁을 받고 그를 업어 강을 건너주다가 한쪽 샌들을 잃는다. 이아손은 한쪽 샌들만 신은 채 그대로 펠리아스 앞에 나타나 자기가 아이손의 아들로 정당한 왕위계승자라고 주장한다. 이전에 한쪽 샌들만 신은 아이손 가문의 남자가 나타나서 자기를 파멸시킬 것이라는 신탁을 받았던 펠리아스는 이아손을 없애버리기 위해 한 가지 계책을 꾸민다. 즉, 그에게 동방의 황무지 콜키스로 가서 황금의 양모피를 가져오면 그의 요구대로 왕위를 물려주겠다는 어려운 조건을 내세운다. 이아손은 아르고호라는 커다란 배를 건조하여 그리스의 이름난 영웅들을 이끌고 갖가지 난관을 극복한 끝에 콜키스에 도착한다. 그러나 콜키스의 왕인 아이에테스는 그에게 입에서 불을 내뿜는 황소로 밭을 갈고, 거기에 용의 엄니를 뽑아 뿌리면 그가 원하는 것을 주겠다는 아주 어려운 문제를 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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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손은 아이에테스의 딸이며 자신에게 반해 사랑에 빠진 마녀 메데이아의 도움으로 그 일을 해내고 황금의 양모피를 손에 넣은 뒤 메데이아를 데리고 귀국한다 . 이아손은 귀국해 메데이아를 아내로 맞아들인다. 그리고 왕이었으나 이미 늙고 병들어 지친 아버지 아이손에게 자신의 수명을 몇 년 빼어나 아버지에게 주고 싶다는 효심을 드러낸다. 메데이아는 이러한 남편 이아손의 효성에 감명을 받아 시아버지였던 아이손의 회춘을 해주려 결심한다. 그리고 메데이아는 아흐레 밤낮을 ,비룡이 끄는 수레를 타고 펠리온 산과 올림푸스 산, 오트뤼스 산, 핀도스 산등 방방곡곡을 다니며 약초를 모아들였다. 메데이아가 궁궐로 돌아온 것은 열흘째 되는 날이었다. 수레를 끌던 비룡들도 메데이아가 모아드린 약초의 냄새를 맡았을 뿐인데도, 온몸에 나 있던 주름살이 다 펴졌다. 메데이아는 남성의 접근을 물리치고 뗏장을 떠서 문 밖에다 두 기의 제단을 쌓았다. 오른쪽 제단은 헤카테 여신에게 바치는 제단, 왼쪽 제단은 유벤타 여신에게 바치는 제단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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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스타프 모로 作 - 이아손과 메데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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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데이아는 제단 위에다 숲에서 걷어온 덩굴을 걸고. 그 옆에 구덩이를 두 개 파고는, 제물을 장만하기 위해 검은 양을 한 마리 끌어다 칼로 그 목을 땄다. 이어서 이 구덩이를 검은 양의 피로 채운 메데이아는, 그 위에다 포도주 한 잔씩과 더운 우유 한 잔씩을 더 부은 다음 주문을 외워 대지의 정령들을 지하세계의 왕과 이 왕의 손에 납치당하여 저승으로 끌려갔던 왕비에게는 노인 아이손의 혼을 불러가는 일은 당분간 유예해 달라고 기도했다 . 메데이아는 자기의 기나긴 기도에 신들이 응답하자 이아손에게 아버지 아이손의 늙고 병든 육신을 밖으로 모셔내어다 달라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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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년 드래퍼作 - '황금양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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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손이 들것에 실려 밖으로 나오자 메데이아는 이 노인을 약초로 짠 자리에 눕히고 마법으로 깊은 잠에 빠져들게 했다. 마법을 건 지 오래지 않아 아이손은 죽음같이 깊은 잠에 빠져 들었다. 그리고 메데이아는 성스럽지 않은 잡인(雜人)들을 밖으로 내보내고 제단 주위를 돌기 시작했다. 그리고 가느다란 횃대를 구덩이의 검은 피에 담갔다가 불을 붙여 옯겨 붙이고는 노인 아이손의 몸을 불로 세 번, 물로 세 번, 유황으로 세 번 닦았다. 그동안 메데이아가 불위에 올린 가마솥에서는 약초즙이 힌 거품을 내며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메데이아는 여기에 하이모니아 계곡에서 거두어온 약초의 뿌리와 종자와 꽃과 즙을 넣고 또, 극동에서 가져온 돌과 오케아노스의 파도에 씻긴 자갈, 보름달 밤에 내린 이슬, 부엉이 고기와 날개, 인간으로 둔갑할 수 있다고 믿어지던 이리의 내장을 넣었다. 그리고 이름을 알 수 없는수백가지의 약재를 더 넣었다. 메데이아는 이 약을 오래전에 열매달린 나무에서 꺾어온 감람나무 막대기로 고루 천천히 저었다. 메데이아가 이 뜨거운 역을 젓고 또 젓자 희한하게도 감람나무 막대기가 파랗게 변하더니 잠시 후에는 잎으로 뒤덮였고, 또 잠시 후에는 열매가 열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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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thony frederick sandy 作 - 메데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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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길이 세어서 그런지 가마솥 가장자리로는 약이 넘쳐 그 옆의 땅바닥으로 흘러내렸다. 그러자 약이 들은 땅이 파랗게 변하면서 여기에서는 곧 풀이 돋았고 이 풀에서는 꽃이 피었다 . 이를 본 메데이아는 칼을 뽑아 노인의 목을 따고는 늙은 피를 깡그리 뽑아내고 칼로 딴 자리와 입으로 약을 부어넣었다. 늙은 아이손은 입으로, 메데이아가 열린 목의 상처로 이 약을 마셨다. 약이 들어간 지 오래지 않아 그의 하얗던 수염이 그 힌 빛을 잃더니 곧 검어지기 시작했다. 이어서 그의 노구에서 보기에 거북하던 모습이 사라지면서 살빛이 되살아났다. 주름살에 덮여 있던 그의 살갗은 다시 근육으로 부풀어 올랐고, 그의 사지는 늘어나면서 힘줄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노인은 달라진 자기 모습을 보고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렇게 해서 그는 40년 전의 자기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었다. 하늘높은 곳에서 이 기적이 일어나는 현장을 내려다보고 있던 박쿠스 신은 자기를 기르느라고 늙어버린 유모들을 생각하고는 이 콜키스의 공주인 메데이아로부터 이 약을 얻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로마시대 최고의 문필가중 한명인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를 이윤기씨가 번역한 글에서 인용한 이 글은 아마도 문헌상에 나타나있는 인류 최초의 회춘술이 아닐까한다. 마법의 시대에 시행한 젊어지는 수술을 비교적 상세하고 사실적으로 기술하여 종교의 시대로 넘어가기 전의 주술의 시대의 상상력의 풍부함을 증명하고 있다. 약초의 효험으로 비룡의 주름이 펴지거나, 감람나무의 생명력 복원으로 예시하여 치료의 예측가능성을 미리 보여주고 있는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또한 마법을 걸어 깊은 잠에 들게 한 것은 현대의 회춘술에도 마취라는 비슷한 마법을 동원한다는 점과 유사하다. 또한 시술은 입과 목의 열개창(裂開窓)으로 원래의 피를 다 빼고 마법의 약을 주입하여 의학이 목표하는 유전자 치료에 의한 완벽한 회춘을 완성하게 된다. 그리이스 신화의 이와같은 회춘술의 내용은 그 과정이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고, 과정이 신화적 상상력을 동원한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나름대로의 인과성을 갖추려 했다는 점에서 대단히 흥미롭다. 물론 현대의학에 의해서도 완전한 회춘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유전공학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고, 성형외과적으로도 다양한 주름 제거 치료법이 개발되고 있어서 몇십년을 젊어보이게 하고, 실제로도 젊게 살 수 있는 시기가 가까워 진 것이 사실이다. 최근의 황우석 사건에서 언급되는 줄기세포에 전세계가 열광했던 것은 이 신화의 마법이 실현되는 첫번째 진전이기때문이다. 수조개의 인간의 세포하나하나에는 수백종류의 세포로 분화할 모든 유전자를 가지고있다. 이론상 이 세포하나에서도 온전한 인간으로 분화할 가능성이있다는 것이다. 메데이가가 만든 마법의 약은 현대의학이 궁국적으로 추구하는 유전치료의 완결품이라고 볼 수 있다. Dr.choi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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