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고통에 배상금조차 제때 못받아
"전문의 육성·검진비 환수등 대책 필요" 홍모씨는 2001년 2월 음주운전 차량과의 충돌사고로 중상을 입었다.
홍씨는 같은 해 8월 상대 차량의 보험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면서 부상 정도를 확인하기 위해 정신과와 정형외과, 신경외과 3개 진료과목에 대한 신체감정을 신청했다.
2개월 후 시작된 검진은 2002년 4월 모두 마쳤지만 정작 감정서는 검진이 끝나고도 1년2개월이나 지난 2003년 6월에서야 법원에 제출됐다.
홍씨는 소송에서 4500만원 지급 결정을 받아냈지만 감정서가 늦게 제출되는 바람에 재판이 지연돼 고통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교통사고 등 각종 신체관련 사고로 부상을 입고 소송을 제기한 당사자들이 법원 지정 병원의 부상 정도를 확인하는 신체감정 감정서 늑장 제출로 재판기간이 길어지는 등 불편을 겪고 있다.
법원은 소송의 신속한 종결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면서도 감정서 제출 기한과 관련한 아무런 규정을 마련하지 않고 있어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법원은 신체감정과 관련해 감정인 선정과 절차 등에 대한 예규를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각 단위 법원은 관할구역 내에 종합병원 이상 규모인 병원을 복수로 정하고 대학 전임강사 이상의 전문의를 선정해 신체감정을 촉탁하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예규에 감정서 제출기한을 정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제출이 늦어진다 해도 강제할 어떤 규정도 없다는 점이다.
“감정서를 지체없이 법원에 송부한다”라는 애매모호한 규정이 있을 뿐이다. 감정서 제출이 늦어지면 소송 당사자는 재판부를 통해 독촉을 할 수 있다는 게 전부다.
한 변호사는 “신체감정이 필요한 소송에서 감정서는 재판 기간과 결과에 결정적 요소다”면서 “돈없는 사람들은 부상으로 인한 고통에다 재판 지연으로 배상금을 제때 받지 못해 제대로 된 치료조차 받지 못하는 등 이중의 고충을 호소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감정서 제출 관련규정에 대한 전면적인 손질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한문철 변호사는 “감정서 제출 기한을 정해 늦어질 경우 감정서 작성 전 각종 검진에 들었던 비용을 일정비율로 환수토록 해야 한다”며 “이같은 조치를 취함으로써 병원이 의사들을 재촉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체감정 전문가 육성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고원석 변호사는 “과외업무일 수 밖에 없는 감정서 작성은 일반의사에게 부담으로 작용한다”며 “법의학처럼 신체감정 전문가를 양성하면 감정서 제출 과정이 수월해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가능한 한 2개월의 범위에서 감정서 제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법원 외에 검찰·보건소 등 서류감정만 1년에 2000여건 가량 돼 지연되는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강구열·신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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