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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암에 푹 빠진 파란눈의 지성인

입력 : 2005-03-01 14:52:00 수정 : 2005-03-01 14: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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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파크랜드大 페스트라이쉬 교수 “연암(燕巖) 박지원(朴趾源)은 조선시대 최초의 소설가로 사회 개혁에 관심을 가졌던 선구자였습니다. 조선시대 사대부로서 그의 역할은 현대사회에서 지식인의 역할에 대한 심각한 과제를 던져주고 있습니다. 연암은 아시아의 지식인 모델로 서양 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기 때문에 그를 미국에 널리 소개하려고 합니다.”
미국 일리노이주 파크랜드 대학의 에마뉴엘 페스트라이쉬 교수(40·사진)는 27일 워싱턴에서 세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조선 후기의 실학자인 박지원의 양반전 등 10편의 대표적인 소설 작품을 영어로 번역, 미국에서 곧 출간할 계획을 세우게 된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페스트라이쉬 교수는 양반전 외에 허생전, 우상전, 광문자전, 김신전전, 호질, 열녀함양박씨전, 민옹전, 예덕선생전, 마장전 등을 완역해 영문 ‘박지원 소설 전집’을 낼 예정이다.
미국 출신의 페스트라이쉬 교수는 한국 일본 중국 등 3개국의 언어와 문학을 모두 전공한 특이한 학문 편력을 갖고 있다. 그는 미국의 예일대에서 중국 문학을 전공한 뒤 대만으로 건너가 국립대만대학교에서 중국어와 문학을 공부했다.
페스트라이쉬 교수는 그 후 다시 일본 도쿄대로 옮겨가 일본어와 문학을 공부하고 석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이어 다시 미국의 하버드대로 가서 동아시아 언어와 문명을 전공해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1995∼96년에 한국에 와서 서울대와 고려대에서 한국어와 한국 문학을 연구한 뒤 일리노이대를 거쳐 파크랜드 대학에서 동아시아 언어와 문학을 가르치고 있다.
연구 활동을 위해 잠시 워싱턴에 체류하고 있는 그를 버지니아주에 있는 그의 자택에서 만났다.
박지원의 한문 소설 원본과 한글 번역본 등을 쌓아놓고 영어로 번역하고 있던 그는 영어로 인터뷰하다가 유창한 한국말로 보충 설명을 계속했다.
페스트라이쉬 교수는 “한문으로 된 원본을 보면서 번역하고 있으나 한글 번역본의 각주(脚註) 등이 크게 도움이 되기에 번역본을 참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에 한국 소설을 읽는 독자층과 미국에서 영어로 한국 문학을 가르치는 학자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한국 문학의 입문서가 될 수 있도록 연암 소설집을 출간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페스트라이쉬 교수는 “오늘날의 정부 관리에 해당되는 조선 사회의 사대부와 문인은 사회 운영의 성공적인 모델이었다”면서 “박지원은 정치 제도 변화보다도 일반 시민의 의식 변화를 추구했던 선각자”라고 평가했다.
페스트라이쉬 교수는 한국인 부인 이승은(37)씨와 결혼해 이씨가 미국식으로 그의 성을 따른 대신 그는 이(Yi)씨 성을 중간 이름으로 사용했다. 아들 벤저민(3)과 딸 레이철(1)에게도 각각 지민, 정민이라는 한국 이름을 지어주고 전 가족의 중간 이름을 Yi로 통일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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