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자동차로 5분거리에 롯데프라자(Lotte Plaza)가 있고, 왼쪽으로 10분만 더 가면 수퍼 에이치 마켓(Super H Market), 오른쪽으로 10분거리에 한아름 수퍼(Hana Reum Super), 25분거리에 그랜드 마켓(Grand Market), 40분거리에 지구촌마켓(Global Market)이 있다. 가까운 메릴랜드주(Maryland)엔 코리안 코너(Korean Corner) 등 크고작은 상점들이 있다. 또 애난데일(Annandale)이란 곳에는 비디오대여점, 한복집, 일미부페, 신라명과, 노래방 등 일일이 다 열거 할 수 없을만큼 한글 간판이 많다,
한국 아이들은 생일 파티나 작은 모임을 애난데일에서 한다. 그곳은 마치 한국의 변두리 같다.
한국 식당은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그러니 미국에 처음 온 사람들이라도 영어를 못해도 우리 동네에 오면 우선은 직장을 구할 수 있다.
아니 대개가 그런 사람들이 많다. 아주머니들은 주로 식당에서 요리를 하면 되고 요리를 못하면 무엇이든 하면 된다. 미국은 일하는데 대해선 체면은 안 따져도 된다. 물론 사람마다 환경이 다르므로 다 그렇게 할 필요는 없다.
예를 들어, 남편이 국제변호사로 워싱턴에 발령이 나서 온 옆집 아줌마는 오자마자 포드 자동차를 운전하고 다니면서 골프장을 전전하기도 했다.
필자가 말하는 건 정말로 자식교육을 위해 또는 피치 못할 사정으로 미국에서 살아야 하는 형편이라면 무슨 일이든 해야만 하는 그런 서민들을 말한다.
나 자신도 바로 그 길을 걸었다. LA만큼은 아니지만 언제부터인지 버지니아주 페어팩스에 한인들이 모여 들었다. 가장 큰 이유는 미국 50개주 중 이곳의 초 중 고 공립학교 학군이 가장 좋기 때문이다. 아이들 교육엔 가장 열성을 보이는 민족 아닌가.
다시 한국 상점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한국 상점에서 또 하나 재미있는 것은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한인들도 많지만 남미 히스패닉(Hispanic)계 민족들도 많다는 것이다.
그건 한인식당도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그들과 한인들 사이에 벌어지는 에피소드도 많다.
그들에게 말을 함부로 해서 자신이 한 말 그대로 당하는 사람들을 종종 보았다.
예를 들어 “밥먹어 이놈아!” 하고 그들을 함부로 대했다면, 그들도 “너도 밥 먹어 이놈아!” 라고 대답한다.
히스패닉들이 없으면 디쉬와시(dishwasher, 접시닦이)할 사람들도 없다. 한인들은 키친 핼퍼(kitchen helper, 주방보조)는 해도 설거지는 안한다.
필자는 한국식당에서 일을 오래해서 너무도 그런 풍경에 익숙하다.
어디를 가도 부지런하고 열심인 우리민족, 어느 때엔 참 자랑스럽다. 남 밑에 들어가느니 조그만 가게라도 주인이 되어야 직성이 풀리는 자존심 강한 민족. 아무튼 ‘코리안’하면 부지런하고 다들 잘 산다는 것이 이곳 한인들의 이미지다.
먼저 온 사람들이 이민의 길을 잘 닦아 놓아서 지금 우리들은 정말 살기 편하다.
오늘 나는 시장에 간다. 집앞 5분 거리에 롯데프라자가 있지만 조금더 가면 야채가 더 싼 한아름이 있다.
이곳엔 매주 주말, 그러니까 토요일과 일요일엔 손님들이 직접 보는 데서 큰 테이블을 놓고 서너명이 직접 김장 김치를 담가서 판다.
아르바이트 하는 고등학생들이 잘 절인 배추를 일회용 장갑을 끼고 배추 속을 넣어 파는데 그 김치가 얼마나 맛이 있는지, 그 구수한 냄새에 모두들 한두 봉지씩 사들고 간다.
나도 김치가 필요하면 주말에 한아름에 간다. 김치는 이제 세계적으로 유명해져서 한국식당에 김치 먹으러 오는 미국사람들도 있다. 물론 한국에서 몇년 살아본 외국인들이 그런 경향이 많다.
교포들이 살기에 정말 편한 우리 동네. 상대적으로 집값도 비싸다. 근래 3년새에 집값이 두배로 오른 곳도 있다.
지난주는 새해 첫날이어서 교회행사로 떡집에서 절편을 맞춰 사람들에게 돌렸다. 그리고 떡국이며 부침개를 한 것으로 상대가 어느 나라 사람이던지 대접을 했다. 만일 집에서 잔치를 한다면 못할 일이다.
돈을 내고 맞춤떡을 하고 떡국을 끊이는 일들은 한국 상점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불편 없이 살아가는 북버지니아 교포들 참으로 복많은 사람들이다.
이런 기반을 가져다준 이민 1세들에게 다시한번 감사드리며, 후세들은 더 살기 좋게 지금 사는 우리들이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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