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주장은 물의 결정이 외부 환경에 따라 때로는 아름답게, 때로는 일그러져 나타난다는 것. ‘사랑’이란 낱말을 종이에 적어 물에 보여준 후 얼렸다 녹여가며 결정을 관찰하면 아름다운 육각형 구조가 나타나고 반대로 ‘망할 놈’ ‘짜증나네, 죽여버릴 거야’를 보여준 물에선 흉한 형상이 나타난다고 한다. 저자는 모든 물질과 감정, 생각이 파동으로 이뤄지기에 이런 결과가 나온다고 풀이한다.
정말 물은 답을 알고 있을까. ‘Weekend’는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춘천분소의 도움으로 실험을 실시했다. 앞서 에모토 마사루가 운영하는 홈페이지(www.hado.net) 영문판에서 물의 결정 사진을 얻는 다음의 ‘절차’를 얻어냈다.
① 0.5㎖의 물을 50개의 샬레(실험용 유리 그릇)에 넣은 후 ② 영하 25도로 3시간 동안 얼리고 ③ 영하 5도를 유지하는 실험실에서 100∼200배 배율 광학현미경으로 관찰하기.
실험은 3중 필터로 걸러낸 순수한 물과 증류수를 수십개의 샬레에 담아 에모토 마사루의 실험과 동일한 온도·시간으로 얼려 결정을 관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처음 관찰에 사용된 건 최고 30만배까지 확대가 가능한 저진공주사현미경. 10배에서 500배까지 배율을 조정하며 관찰했지만 별다른 결정 대신 꽁꽁 언 얼음의 불규칙한 표면 구조만 확인됐다.
“얼음 가운데 부분이 녹기 시작하면서 2∼3분간 결정이 나타난다는데 다른 현미경을 사용해봐야겠습니다.”(기초과학지원연구원 손경덕 연구원) ‘2억원짜리’라는 저진공주사현미경은 진공상태로 실험대상을 관찰하기 때문에 얼음이 녹지 않아 결정이 안 생길지도 모른다는 설명이다.
실험은 냉장실험실에 설치된 광학현미경으로 다시 진행됐다. 샬레 속 얼음이 천천히 녹기 시작했다. 배율을 조정하며 결정을 찾았지만 역시 실패했다.
“책 내용대로라면 특별한 사랑의 마음을 담아 얼리지 않아서 결정이 안 생길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글쎄….”(손 연구원)
에모토 마사루는 IHM이란 회사를 설립, 돈을 받고 고객의 주문에 따라 얼음 결정 사진을 찍어주고 있다. 국내 모 종교단체도 ‘기도가 담긴 물’을 보내 아름다운 결정 사진을 얻었다고 신도들에게 홍보하고 있다. IHM에 국제전화로 “결정 생성 실험 과정을 볼 수 있느냐”고 문의하자 “결정 사진을 찍는 모습만 보여줄 수 있다”는 답을 들었다.
에모토 마사루의 주장은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과학컬럼니스트인 정재승 한국과학기술원 교수는 과학의 기본 요건조차 갖추지 못한 ‘황홀한 사기극’이라고 비판했다. ‘나무심는사람’의 김철호 주간은 정 교수야말로 과학적 근거 없이 책의 내용을 부정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정 교수는 “틀렸다는 것을 입증하라고 말할 게 아니라 맞다는 걸 입증해야 올바른 과학”이라고 재반박했다.
춘천=글·사진 박성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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