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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서 보니]한인사회 음란사이트 대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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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4-07-30 14:39:00 수정 : 2004-07-30 14: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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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인타운 중심지인 윌셔가 고층빌딩에는 한인이 운영하는 인터넷회사가 상당수 포진하고 있다. 정보기술(IT)산업 첨병 노릇을 해야 할 인터넷회사 중 일부는 한국어로 된 음란사이트를 제작·관리하는 것이 주업이라고 한다. 실제로 얼마나 많은 인터넷회사가 음란사이트 제작에 관여하는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인터넷에 떠도는 수많은 한국어 포르노사이트의 상당수가 로스앤젤레스를 비롯해 캐나다의 밴쿠버, 호주의 시드니 등 한인사회가 형성된 해외에서 제작·운영되고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수요가 있으니 공급이 있는 것인 만큼, 돈을 벌기 위해 음란사이트를 만든 것을 놓고 개탄만 하는 것은 공허한 일이다. 다만 한국어 포르노사이트 숫자가 너무 많고 누구나 원하기만 하면 손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포르노는 마약처럼 중독성이 강하다. 자제력이 약하고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이 이런 유해사이트에 거의 방치돼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포르노의 정신적 피해는 심각하다. 미국을 한때 공포로 몰아넣은 희대의 살인마 테디 번티라는 사람이 있었다. 정치에 뜻을 둔 번티는 워싱턴대를 졸업한 뒤 워싱턴 주지사 재선 캠페인에 참여했고 유타대 법학대학원에서 법률 공부를 했다. 전도양양한 젊은이인 그는 특별한 이유 없이 젊은 여자를 30명 이상 죽인 미국판 ‘살인의 추억’ 주인공으로 전락했다. 그는 사형선고를 받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기 전 자신이 연쇄살인범이 된 것은 포르노 때문이었다고 고백했다. 음란물 중독으로 심성이 황폐해져 연쇄살인범이 됐다는 것이다.
개인뿐 아니라 나라도 음란에 물들면 망하고 만다. 로마제국이 몰락한 이유 중 하나도 로마 시민의 성적 타락에 있다고 하지 않던가. 로마는 외침이 아니라 시민의 무절제한 음란과 방탕 때문에 무너졌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중국 같은 나라는 국가 차원에서 포르노사이트를 적극 단속하고 있다. 미국은 포르노사이트 자체를 불법화하지는 않지만 사이트 수가 한국어 사이트만큼 많은 것 같지 않다. 게다가 포르노 소비층도 저소득·저학력의 일부 계층으로 제한돼 있다.
인구 4800만명의 한국에는 포르노사이트가 회원 60만명이 넘는 것을 비롯해 무려 2만개가 된다. 포르노사이트가 차고 넘치니 한국사회의 성적 타락도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한때 문제가 된 원조교제의 경우 당국의 단속으로 겉으로는 가라앉은 것처럼 보이지만, 이게 있을 수 없는 범죄행위라는 것이 사람들의 법의식으로 자리잡은 것 같지 않다. 자유분방하다는 미국에서도 원조교제란 보통사람은 상상할 수 없는 범죄행위다. 미성년자와 성행위를 하는 것 자체가 이유 불문하고 강간으로 간주된다. 미성년자와의 섹스란 어떤 이유로도 합리화될 수 없는 것이다.
민주화된 사회에서는 정부도 표현의 자유에 대해 가타부타할 수 없는 처지지만, 포르노사이트의 범람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문제다. 정부가 나서서 강력히 단속하고 시민단체가 팔을 걷어붙이지 않는다면, 이것만으로도 한국의 미래가 어둡다고 감히 단언할 수 있다. 경제가 나쁜 것은 모두가 정신 차려 노력하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지만 개인과 사회의 성적 타락은 다르다. 음란사이트를 방치하면 번티 같은 정신이상자가 속출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어디 있는가.
김 성 환 (로스앤젤레스 거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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