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뇌는 우리 몸무게의 약 50분의 1밖에 되지 않는 회백색 물질의 작은 기관이다. 하지만 뇌는 심장에서 나오는 혈액량의 15%, 체내에서 소모되는 산소의 20%가량을 사용할 만큼 하는 일이 많다. 무엇보다도 이 뇌를 통해 인간 고유의 특성인 고도의 정신활동을 한다는 점에서 뇌는 ‘몸과 정신을 연결하는 고리’로서 다른 신체기관과는 차원을 달리한다.
또한 우리 몸에서 가장 복잡하면서도 핵심적인 시스템으로서 뇌가 이를 보유한 인간의 끊임없는 자기 탐구의 대상이 된 것도 그리 놀랄 일이 아니다.
뇌로 들어오는 무수한 자극 중 80%는 시각정보이다. 독자가 신문을 펼쳐 보게 되면, 뇌 표피의 시각영역에 자리잡은 수많은 뉴런들이 활성화된다. 우선 이 글의 시각 자극이 빛의 속도로 독자의 두 눈 속의 망막에 맺힌다. 이 광학적 정보는 망막 뒤에 자리잡은 뉴런들의 전기화학적인 과정에 의하여 0.1V의 전기펄스가 1000분의 1초간 지속되는 전형적인 신경신호로 변환된다.
활성전위라 불리는 이 전기신호는 시각정보의 신경다발 길을 약 시속 500로 달려서 뇌의 뒷부분에 위치한 대뇌피질의 한 영역으로 보내진다. 이 시각영역이라 불리는 곳에서 수백만개의 뉴런들이 서로 전기신호를 교환하며 1차적인 정보처리가 이루어진다. 이후 뇌의 여러 부위로 보내진 자극은 다단계 과정을 거쳐 독자들에게 그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
우리는 여행을 떠나기 전 그 지역의 지도를 펼쳐 놓고 공부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뇌 연구에서도 뇌지도를 만드는 것은 중차대한 과제이다. 앞서 언급된 시각영역에는 온갖 조합의 시각정보 처리를 전담하는 뉴런들이 있다.
각각의 시각 기능에 해당하는 뉴런들의 분포와 뇌 부위를 나타내는 뇌지도를 만들게 되면 인공시각, 시각칩, 로봇공학 연구에 매우 유용하게 활용될 것이다.
뇌의 기능은 보고 듣고 지각하는 감각뿐 아니라, 심장박동과 호흡 등 생존활동에서 더 나아가 감정표현과 이성적 사고까지도 포괄한다. 최근 광학형광현미경 등과 같은 첨단 뇌영상장비의 등장으로 인간의 인지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뇌 신호 변화를 동영상처럼 찍어 색채지도로 보여줄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기술적 진보와 공통원리의 이해에 힘입어 세계 여러 나라에서 수많은 ‘뇌탐구’ 선각자들이 뇌지도 만들기 연구에 앞장서고 있다. ‘작은 우주’ 또는 ‘인류의 마지막 미스터리’라 불릴 만큼 복잡한 뇌의 무한한 신비를 벗겨내는 긴 여정은 생명과학자, 물리학자, 수학자, 화학자, 공학자, 인지과학자, 의학자 더 나아가 모두가 동참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숙명적인 ‘뇌를 탐구하는 뇌’의 여정은 궁극적으로 우리를 어디로 이끌 것인가.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