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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작은 우주'' 뇌의 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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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4-01-27 14:50:00 수정 : 2004-01-27 14: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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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환 포항공대교수·물리학 뇌는 흔히 우주에서 가장 복잡한 구조라고 말한다. 이 뇌를 구성하고 있는 기본 요소는 뉴런이라 불리는 신경세포이다. 우리 뇌에는 약 1000억개의 뉴런이 있으며, 이들이 1000조개의 시냅스에 의해 거미줄같이 연결되어 ‘그물망의 그물망’을 이루고 있다. 어느 하나 독립된 부분이 없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뇌의 복잡성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쉬운 과제가 아니며, 이번 세기를 관통하는 화두가 될 전망이다.
사실 뇌는 우리 몸무게의 약 50분의 1밖에 되지 않는 회백색 물질의 작은 기관이다. 하지만 뇌는 심장에서 나오는 혈액량의 15%, 체내에서 소모되는 산소의 20%가량을 사용할 만큼 하는 일이 많다. 무엇보다도 이 뇌를 통해 인간 고유의 특성인 고도의 정신활동을 한다는 점에서 뇌는 ‘몸과 정신을 연결하는 고리’로서 다른 신체기관과는 차원을 달리한다.
또한 우리 몸에서 가장 복잡하면서도 핵심적인 시스템으로서 뇌가 이를 보유한 인간의 끊임없는 자기 탐구의 대상이 된 것도 그리 놀랄 일이 아니다.
뇌로 들어오는 무수한 자극 중 80%는 시각정보이다. 독자가 신문을 펼쳐 보게 되면, 뇌 표피의 시각영역에 자리잡은 수많은 뉴런들이 활성화된다. 우선 이 글의 시각 자극이 빛의 속도로 독자의 두 눈 속의 망막에 맺힌다. 이 광학적 정보는 망막 뒤에 자리잡은 뉴런들의 전기화학적인 과정에 의하여 0.1V의 전기펄스가 1000분의 1초간 지속되는 전형적인 신경신호로 변환된다.
활성전위라 불리는 이 전기신호는 시각정보의 신경다발 길을 약 시속 500로 달려서 뇌의 뒷부분에 위치한 대뇌피질의 한 영역으로 보내진다. 이 시각영역이라 불리는 곳에서 수백만개의 뉴런들이 서로 전기신호를 교환하며 1차적인 정보처리가 이루어진다. 이후 뇌의 여러 부위로 보내진 자극은 다단계 과정을 거쳐 독자들에게 그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
우리는 여행을 떠나기 전 그 지역의 지도를 펼쳐 놓고 공부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뇌 연구에서도 뇌지도를 만드는 것은 중차대한 과제이다. 앞서 언급된 시각영역에는 온갖 조합의 시각정보 처리를 전담하는 뉴런들이 있다.
각각의 시각 기능에 해당하는 뉴런들의 분포와 뇌 부위를 나타내는 뇌지도를 만들게 되면 인공시각, 시각칩, 로봇공학 연구에 매우 유용하게 활용될 것이다.
뇌의 기능은 보고 듣고 지각하는 감각뿐 아니라, 심장박동과 호흡 등 생존활동에서 더 나아가 감정표현과 이성적 사고까지도 포괄한다. 최근 광학형광현미경 등과 같은 첨단 뇌영상장비의 등장으로 인간의 인지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뇌 신호 변화를 동영상처럼 찍어 색채지도로 보여줄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기술적 진보와 공통원리의 이해에 힘입어 세계 여러 나라에서 수많은 ‘뇌탐구’ 선각자들이 뇌지도 만들기 연구에 앞장서고 있다. ‘작은 우주’ 또는 ‘인류의 마지막 미스터리’라 불릴 만큼 복잡한 뇌의 무한한 신비를 벗겨내는 긴 여정은 생명과학자, 물리학자, 수학자, 화학자, 공학자, 인지과학자, 의학자 더 나아가 모두가 동참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숙명적인 ‘뇌를 탐구하는 뇌’의 여정은 궁극적으로 우리를 어디로 이끌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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