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5월 18일 창간호 이후 지금까지 매달 한번 나오는 ‘민지네신문’(www.minjine.com) 편집장 김연순(엄마·47·경북 김천)씨는 “가족신문은 사소하지만 잊고 있었던 가족의 추억을 하나둘 되새겨주는 기억의 보물창고”라며 예찬론을 폈다. 김씨는 “때로 아이들이 말썽을 부릴 때 슬그머니 지나간 신문을 꺼내놓고 읽으면 저절로 입가에 웃음이 머물고 자연스럽게 화해 분위기가 만들어진다”고 했다.
가족신문 좋은 점이 이뿐이랴. 지난 십년간 만든 가족신문 덕에 아이들은 제법 글솜씨가 있다. 게다가 신문을 만들기 위해 자주 모이다 보니까 가족 간에는 자연히 대화가 많아졌다. 기사를 쓰기 위해 서로 좋은 점만 보려고 노력하다 보니까 가족애가 깊어진 건 두말할 필요도 없다.
민지네는 A4 두 장의 종이신문을 제작해 친척과 이웃에 보내고 있다. 100회부터는 홈페이지에 올려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내려받아 볼 수 있게 했다. 종이 가족신문은 인터넷 가족신문만큼 인기는 없지만 신문의 느낌이 여전히 종이를 통해 살아나기 마련. ‘대표 종이 가족신문’ 민지네를 통해 종이신문 만들기 노하우를 먼저 살펴본다. 신문 제작을 위해 가족회의는 필수. 옹기종기 모여앉아 다음 순서에 따라 만들어 보자.
① 어떤 신문으로 만들까
종이신문에는 벽신문, 복사신문, 컴퓨터신문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어떤 신문을 만들지 먼저 결정한다. 아이가 초등학교 저학년이거나 발행을 지속하기 힘들다고 생각되면 ‘벽신문’을 만드는 것이 좋다. A0(전지)나 A2(4절지) 등 큰 용지에 직접 글씨를 쓰고 그림을 그려서 만든 뒤 벽에 게시하는 벽신문은 가족의 글씨와 그림을 직접 볼 수 있어 친근한 느낌을 주고 비용이 적게 든다. 게다가 벽에 붙여 놓으면 아이는 스스로 만들었다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많은 내용을 싣기 힘들고, 오래 보관하기 어렵다.
반면 복사신문과 컴퓨터신문은 여러 장을 연결해 만들 수 있고 글씨 크기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어 편리하게 많은 내용을 담을 수 있는 신문이다. 필기도구로 직접 쓴 뒤 복사하는 것이 복사신문, 컴퓨터를 이용해 꾸미는 것이 컴퓨터신문이다. A3, A4, B4 크기의 종이를 이용해 신문을 만든다. 복사 또는 출력을 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나눠줄 수 있고 보관하기가 편하다. 지속해서 발행할 때 선택하는 것이 좋다.
② 가족 소망 담아 이름은…/
우선 신문의 이름을 정한다. 이름은 ‘거니여니네’ ‘혜련이와 혜미네’같이 아이의 이름을 따서 지을 수도 있고, ‘산새가족’이나 ‘오순도순’처럼 가족 별명이나 소망을 나타내는 이름으로 지을 수도 있다. 창간호라면 신문 제호에 대한 설명도 간단히 덧붙일 것.
발행횟수는 월간, 격월간, 계간, 학기간 중에서 가족의 상황에 맞춰 하면 된다. 아이의 방학숙제로 시작하게 된 가족신문이라도 일회성으로 그치지 말고 꾸준히 만들어 보자. 하다 보면 기술과 방법을 터득하게 되므로 점차 발행횟수를 늘려갈 수 있다. A4용지 2∼4면 정도의 간단한 형태로 시작해서 조금씩 늘려가는 게 좋다. 글을 모르는 아이는 그림을 그리게 하거나 부모가 아이의 말을 대신 받아 적어주면서 참여시킨다.
③ 1면엔 가족뉴스, 2면은?
메모지를 펼쳐 놓은 뒤 가족이 어떤 내용을 담고 싶은지, 문패는 무엇으로 할지 각각 이야기하면서 지면 성격을 정한다. 1면에는 주로 신문이름과 만든 사람들, 발행호수, 집주소, 가훈, 목차, 가족소식 등이 들어간다. 창간호라면 가족 소개 기사를 쓴다. 사진이나 그림을 크게 넣고 짧은 글을 실어 표지 느낌이 나는 1면을 구성할 수도 있다.
기사는 부모와 아이들 모두 쓰는 코너를 만든다. 부모들 코너에는 엄마아빠의 어릴 적 이야기나 가족사, 친척 이야기 등을 담을 수 있고, 아이들 코너에는 일기, 동시, 편지, 독후감, 기행문 등을 실을 수 있다.독서신문이나 체험여행신문 등 테마를 정할 수도 있다. ‘민지네 신문’은 1면에 가족뉴스란과 아빠·엄마의 동시·콩트를, 2면에는 아이들의 다양한 글을 싣고 있다. 평소 가족 간에 오고 간 편지 글이나 일기, 동시, 독후감, 반성문, 가족사진 등을 미리 준비하면 손쉽게 만들 수 있다.
④ 컴퓨터로 편집하려면
벽신문이나 복사신문은 해당 면에 글을 직접 쓰면 되지만, 컴퓨터를 이용하면 더욱 세련된 편집을 할 수도 있다. 우선 신문에 쓸 기사를 모아 한글 문서작성기에 입력한다. 글자체는 제목의 경우 견고딕 등으로 눈에 띄게 하는 것이 좋고, 본문은 명조체가 좋다. 입력이 끝나면 신문 크기를 정한다. 한글97이나 한글2000의 경우 문서작성기 메뉴 중 <모양>-<편집용지>를 눌러 신문의 용지를 선택하고, <모양>-<다단>을 눌러 신문의 단수를 정한다. 단수는 보통 A3용지에서 3∼4단, A4용지에서 2단이 적절하다.
신문 제목은 <글맵시> 기능을 이용하면 근사하게 꾸밀 수 있다. <입력> 메뉴에서 <개체(또는 틀)>-<글맵시>를 선택하면 글맵시 도구상자가 나타난다. 여기서 ‘내용편집’란에 신문 제호를 입력한다. 화면에 나타난 글자를 보면서 ‘글자모양’으로 마음에 드는 형태를 선택한다. 제목 가장자리의 6개 점을 마우스로 끌어 크기를 조정하고 적당한 위치에 옮긴다. 가족사진을 넣고 싶을 때에는 <입력>-<개체>-<그림>을 눌러 컴퓨터에 저장된 사진을 불러와 원하는 위치에 놓는다.
⑤ 원클릭으로 해결하려면
만약 이런 과정조차 어렵게 느껴진다면 미리 만들어진 가족신문 틀을 이용하자. 한글 프로그램에서 <파일>-<문서마당>-<문서마당 꾸러미>를 열면 ‘가족신문 만들기’라는 서식 파일들이 많이 있다. 마음에 드는 것으로 골라 해당 칸에 기사만 입력하면 된다. 이러한 서식파일은 ‘민지네’의 ‘가족신문 자료방’에 가도 구할 수 있다.
박은주기자/wine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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