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한번 집에 오는 남편이 평소 타고 다니던 승합차가 갑자기 고장 났다. 10년이 넘은 차가 고장 났으니 폐차해야 하나, 고민한 끝에 다음에 형편이 나아지면 새차를 구입하기로 하고 한 번만 더 수리해 타고 다니기로 했다. 차가 수리되는 2주 동안 나는 편도 192km 도로로 해리스버그에 남편을 데려다 주고 데려와야만 했다.
남편을 데리러 갈 때 일찍 도착하는 날엔 가게에서 직원들과 얘기하면서 일이 끝나기를 기다린다. 직원이 7명 있는 남편의 일터엔 남편보다 나이가 많은 밥 콜린스라는 미국인 매니저가 있다. 다른 미국인 직원들이 ‘밥 ’이라고 부르는 것에 반해 남편은 언제나 ‘미스터 밥’이라고 부른다. 나이 많은 사람에게 이름을 함부로 부르는 것이 아직도 어색하기 때문이다.
1970년대에 춘천에서 장교 생활을 했다는 이 미국인 매니저는 한국 문화를 비교적 잘 이해하고 있어서 그런지 남편의 이 같은 호칭을 오히려 좋아한다. 이 같은 문화 차이는 차라리 나은 편이다.
내가 처음 미국에 와서 미국인들과 회의할 때 있었던 일이다. 회의를 주재한 미국인은 회의용 테이블에 앉아 있는 사람들에게 회의 관련 자료를 휙휙 던졌다. ‘아니, 내가 동양인이라고 무시하는 거야. 어디다가 던지는 거야. 대한민국의 자존심을 걸고 한 번 싸워 말아.’ 이렇게 속으로 화를 삭이고 있는데 다른 미국인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자료를 받아 내용을 훑어보고 있는 것이다.
‘아니, 이게 어떻게 된 거야. 그래, 일단 주변의 눈치를 보자. 남들 하는 대로 따라만 해도 중간은 되는 거니까.’ 이렇게 생각하고 집에 돌아와 옆집 할아버지에게 물으니 전혀 이상한 것이 아니며, 흔히 있는 일이라고 한다.
35년을 한국에서 자라고 지구 반대편인 미국에서 생활하고 있는 나는 매일 작건 크건 갖가지 문화적인 차이를 느끼면서 살고 있다. 남편의 일화에서처럼 유쾌한 경우도 있고, 나의 경우에서처럼 언짢은 때도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문화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콜롬비아 대학 교수로 얼마 전 타계한 ‘오리엔탈리즘’ 의 저자 에드워드 사이드는 미국과 중동지역간의 갈등을 ‘문명의 출동’이 아닌 ‘무지의 충돌’로 표현했다.
그는 또한 동양은 서양을, 서양은 동양을 보다 잘 이해함으로써 서로 간의 갈등을 해소 할 수 있으며, 서로에 대한 맹목적인 비난이 아닌 상호 이해를 통해 인류가 동등하게 공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만의 시각으로 상대방에 대한 선입관을 갖기보다는 이해하려고 하는 것이 화합과 평화 공존의 시작이라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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