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은 군사력을 강화해야 한다
유럽연합(EU)은 군사력에서 미국과 경쟁할 의사와 능력이 없다. EU는 자신들의 무력함을 걱정하기보다는 안주하고 있다. 고작 미국에 조언이나 하고 도덕적 지원을 할 수 있을 뿐이다. 미국만이 무력에 의한 보호를 할 수 있기 때문에 결국 EU는 미국의 결정에 따르지 않을 수 없다.
다소 과장된 판단인지 모르겠으나, 유럽이 '힘없는 대륙'이란 인식은 외교정책 입안자들 사이에서 점점 큰 지지를 얻고 있다. 미국 외교정책 분석가들이 특히 그런 인식에 젖어 있다. 카네기재단의 로버트 케이건은 현재의 군사력 불균형이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케이건은 그 이유로 미국과 유럽의 정신적 차이를 들었다. 미국은 상무정신을 존중하여 무력사용을 즐기는 데 비해 평화주의적인 유럽은 남에게 강요하기를 싫어한다는 것이다.
하버드대의 한 정치학자는 EU가 '조용한 초강대국'으로서의 비교우위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대외원조-평화유지-감시 업무 등에 대외활동의 역점을 둬야 한다는 것이다. EU가 미국에 필적하는 군사력을 갖추려면 국방예산을 현재의 국내총생산 대비 2%에서 4%로 증액해야 하는데, 이는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그는 분석했다.
EU가 그같은 경제적 희생을 감수한다 하더라도 미국과의 기술 격차를 메울 길이 없다. 또 문화와 언어의 장벽을 감안할 때 EU는 효율적인 전투력 육성이 어렵다. 따라서 유럽이 미국의 군사력을 따라잡는 정책은 실현 가능성이 없으므로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EU 자신이 군사적으로 약해지기를 은근히 바라고 있으며 군사강국이 될 능력도 없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바그다드를 단기간에 함락함으로써 야만인 부족들을 굴복시키기 위해 언제라도 군단을 파견할 용의가 있는 신흥 로마 미국의 입지는 강화됐다. 비용이 매우 적게 드는 이런 팍스 아메리카나 체제에 대해 유럽이 감사만 하고 있어도 괜찮은 것일까.
21세기의 세계정세가 어떻게 변할지 아무도 예단할 수 없다. 잠재적인 위험을 안고 있는 세계에서 EU는 다른 세력에 계속 의존하는 계획에 안주해서는 안된다. /정리=오성환 외신전문위원 suhw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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