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조(李泰造.50.인트코Intkor투자㈜ 사장)씨는 1990년부터 방역사업을 해왔다. 대사관 건물이나 외국업체 사무실, 외국인 집을 훈증살포 소독하며 바퀴벌레나 개미,모기,쥐를 제거한다.
"여긴 날씨가 더운데다 환경이 깨끗하지 못해 말라리아 같은 각종 질병이 기승을 부립니다. 요즘은 위생관리에 관심이 높아져 방역사업도 여건이 좋아지고 있습니다."
최근까지도 연막소독은 희귀한 구경꺼리였다. 이 사장이 몇년 전 다르에스살람의 무힘빌리 국립병원을 무상으로 소독해준 적이 있었는데, 당시 현지 신문들이 이를 대서특필했다. 신문에는 연기가 자욱한 병원 건물 사진과 함께 사진설명에 ''이것은 화재가 아닙니다''라는 제목을 붙여놨다.
탄자니아엔 쥐가 많아 페스트가 곧잘 유행한다. 아프리카 쥐는 덩치가 큰데다 잠자는 사람을 물어 살점을 떼먹을 정도로 공격적이다. 마을에 따라서는 사람 식량의 절반 이상을 쥐 떼가 먹어 치워버린다.
외국인들은 이들 쥐를 퇴치하려고 약을 자주 놓는다. 약 먹은 쥐가 아무데서나 죽어 썩지 않도록 세상이 캄캄해지고 속이 타들어가 환한 데를 찾아나오게 하는 별난 약을 쓴다. 독일제나 영국제 비싼 약이다. 이 사장은 "현지인의 최저 임금이 3만5000실링(약 4만3000원)인데 약값이 더 들 적도 있어 차라리 사람을 고용해 쥐만 때려잡게 하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도 했다.
이 사장은 건설 관련 중장비를 수입-판매하는 한편 지난해부터 한국에서 수입한 미니 연막소독기를 조립해 팔고 있다. 앞으로 수요가 늘면 소독기를 현지 생산할 생각도 갖고 있다.
이씨에겐 부인 이해명(李海明)씨와의 사이에 아들 셋이 있는데, 아들 둘(26,17)은 서울의 형 집에서, 막내(12)는 함께 살고 있다.
최병군(41.崔秉君) 코타 비즈니스 사장은 다르에스살람의 도심 모로고로 거리에 사무실을 두고 컴퓨터와 통신네트워크 장비를 판다. 이곳의 컴퓨터값은 서울 소비자 가격의 2배 정도. 매출액의 20%나 되던 부가세가 없어지면서 최근 컴퓨터를 사는 가정이 부쩍 늘고 있다. 도심에는 컴퓨터를 30∼50대까지 갖춘 인터넷 카페도 여러 곳 생겼다.
최 사장은 지난해부터 다르에스살람 대학교 컴퓨터센터와 20만 달러씩 합작투자해 컴퓨터 조립사업을 시작했다. 올해부터는 정부기관에 공식 납품업체로 등록해 공급물량을 늘릴 계획이다. 그간 판매한 컴퓨터는 2001년과 2002년 각각 약 700여대. 그중 반 이상은 대학에 일괄납품한 것이다. 네트워크와 광케이블 등을 합치면 지난해 매출은 150만 달러쯤 된다.
"여긴 의사결정이 워낙 느려요. 정부나 대학에서 구매 여부를 판단하는 데도 보통 반년이 넘게 걸립니다. 장사하는 덴 큰 애로사항이죠. 하지만 그 덕분에 납품할 때쯤이면 제안서를 냈을 때보다 컴퓨터 값이 떨어져 판매업자로서는 오히려 득을 보는 수가 종종 있습니다."
이곳 컴퓨터 시장은 IBM이나 컴팩 등 외국 유명업체가 선점하고 있다. 한국업체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시장 규모가 작다 보니 영업이 금방 활성화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최사장은 현지 영업을 강화하려고 2년 전 한국에서 전문대 졸업자를 모집한 적이 있었다.
"컴퓨터 기술분야를 뒷받침하고 현지인을 지도할 사람이 필요했습니다. 조건은 초봉이 월 150만원, 연중 최소 2주 휴가와 한국 왕복 비행기삯을 보장하겠다고 했습니다. 서울 가서 8∼9명 면접을 했습니다만 일할 곳이 아프리카라니까 나서려고 하지를 않아요. 우리 젊은이들 시야가 너무 좁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결국 사람을 구하지 못하고 돌아왔습니다."
이 나라의 전화보급률은 아직 1%에도 못미친다. 통신비와 전기값이 비싼 편이다. 그러다 보니 한국의 웬만한 장비 기술만으로도 이쪽에선 선진 기술이어서 앞선 영업기반을 구축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최 사장은 95년 8월 LG기공(테크) 총무과장으로 이곳에 왔다. 3년간 다르에스살람 잔지바르 등지의 통신망 구축 사업을 하며 이곳 엘리트 층과 사귀게 됐다. 98년 독립한 이후 현지인과의 탄탄한 인간관계가 적잖은 밑거름이 됐다.
그는 한국의 엔지니어들도 해외 마케팅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이제는 기술을 아는 사람이 마케팅하는 시대입니다. 비좁은 한국만이 아니라 해외 무대를 많이 개척해야 합니다. 기업 하는 사람들도 이공계 젊은이들의 활동무대를 넓혀줘야 한다고 봐요."
최 사장은 부인 민영애(40)씨와 함께 외국인학교에 다니는 아들(12)과 딸(9)을 두고 있다.
/차준영기자 jycha@segye.com
<한인 울리는 ''광물사기''>
"일확천금을 꿈꾸는 한인들이 사기사건에 곧잘 걸려듭니다. 사기꾼들이 가짜 정부 문서까지 보여주니 속아 넘어가기 십상이죠."
다르에스살람에서 태권도를 가르치며 한인사회의 궂은 일을 자주 챙겨온 박인덕 사범(49.)은 "10여년 동안 보고 들은 한인 피해 사건이 허다하다"고 했다. 대개 인근 콩고 민주공화국과 잠비아의 광산에서 캤다는 금 구리 등 광물을 미끼로 한 사기 사건이다.
"동아프리카 정부나 광산 관계자 이름으로 금이나 동(銅)을 시세의 반 이하로 싸게 넘기겠다는 이메일과 팩스가 옵니다. 돈은 우선 10%만 달라, 그러면 물건을 다 보내주겠다, 나머지 90%는 한국에 가서 천천히 받겠다는 식입니다."
유혹에 넘어가 돈을 보내주면 결국 "물건을 보내려다 세관에 걸려 압수 당했다"는 식으로 돈만 떼먹고 잠적해버린다는 것이다.
박사범은 "이런 물건 사서 횡재했다는 사람은 한번도 본 적 없으니 아예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고 신신당부한다.
미국에서 기반을 닦은 한국인 J박사는 인터넷 메일로 전송된 ''콩고 금 헐값 매매'' 사기에 걸려 몇년전 수십억원을 날렸고, 섬유업체 H사에서 일해온 P씨는 3만 달러(3천600만원), S씨는 근 20만 달러(약 2억4000만원)를 떼였다. 최근에도 잠비아의 동(銅)을 헐값에 넘기겠다는 얘기에 홀린 L씨가 현지인들에게 4∼5개월간 유인당한 끝에 4만 달러(4800만원)를 잃었다.
"혼자서 일을 벌여놓고 상황이 끝난 뒤에야 도움을 청하니 뾰족한 수가 없습니다. 너무 욕심 부리다 아프리카 사람들 꾀에 넘어가는 거예요. 한국인 덕에 벼락부자 된 흑인이 참 많습니다."
정상 절차를 무시한 방법으론 낭패를 보기 마련이고 어디에 하소연도 못한다고 박사범은 강조했다.
/차준영기자
<사진>다르에스살람에서 전선용 케이블을 생산하는 탄자니아 대성전선(주) 공장에서 현지인들이 일하고 있다. /다르에스살람=최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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