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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창문 엿보기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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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1-05-05 17:53:00 수정 : 2001-05-05 17: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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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쳐다보는 관습은 문화권마다 서로 다르다. 지중해 연안의 나라, 즉 이탈리아와 스페인 사람들은 지나가는 사람의 얼굴을 유심히 쳐다보는 경향이 있다. 이에 비해 다른 유럽 나라 국민은 그렇지 않은 편이다. 그래서 다른 대륙 사람들이 지중해 연안 국가를 여행할 때는 그 지역 사람들의 이목이 자신에게 집중되는 듯한 느낌을 자주 받는다고 한다.
특히 이탈리아 남자들의 '약탈적인 응시'는 젊고 매력적인 여성을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이탈리아 여성들은 남성의 집중적인 시선을 잘 피하는 편이다. 어렸을 때부터 그러한 시선에 무관심한 태도를 취함으로써 시선 피하기 기술을 익혀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유럽 여성이 이탈리아를 방문했을 때 그런 문화적인 습성을 모르고 맞응시를 했다가 가끔은 본의 아니게 이성관계에 휘말리기도 한다고 한다.
영국인들은 남을 똑바로 쳐다보지 않는다. 상대를 슬쩍 훔쳐보는 '몰래 엿보기'의 명수들이다. 영국의 식당에서 손님이 웨이터들과 눈을 마주치기가 어려운 것도 그 때문이다. 그들은 고객의 눈을 피하면서 일하지만 손님의 일거수 일투족을 놓치는 일은 없다. 이 같은 문화적인 관습과는 상관없이 우리 사회에는 유난히 엿보기에 집착하는 사람이 많다. 몰래 카메라와 투시 카메라, 관음증(觀淫症)이 유행하는 것도 엿보기 환자가 많은 탓이다.
대법원은 최근 남의 집 대문으로 들어가 창문을 통해 방안을 엿보는 행위도 주거침입죄에 해당된다며 징역 2년6월의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 재판부는 "주거침입죄를 적용할 때의 주거개념은 단순히 가옥뿐 아니라 거주자가 누리는 '주거의 평온'도 포함된다"며 창문을 통해 방안을 엿보았다면 주거의 평온을 침해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지나친 엿보기는 망신살이 뻗칠 수 있음을 새삼 일깨워 준다.
/金健二 수석논설위원
gizakim@sg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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