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생님, 제가 겨드랑이털을 밀어야 할까요?”
중국의 여성운동가로 활동 중인 샤오 메이리(Xiao Meili)는 최근 자신에게 쇄도하는 이 같은 질문에 난감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겨드랑이털을 미느냐 마느냐를 두고 여성들 사이에 격렬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BBC에 따르면 샤오는 몸에서 나는 털을 소중히 여기라고 강조한다. 그는 “우리는 몸에서 나는 털을 밀지 안 밀지 선택할 자유가 있다”며 “겨드랑이털이 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소녀들은 겨드랑이털을 걱정한다”며 “‘더러움’이나 ‘비문명’의 상징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샤오는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서 ‘겨드랑이털 대회’도 연 적 있다. 여성들이 자기 몸에서 나오는 모든 것에 대해 주인의식을 가지라는 뜻에서다.
샤오는 “털을 기르는 건 남자다움의 상징으로 여겨진다”며 “그러나 털을 미는 건 미(美)를 보는 중국 전통사회의 시선과 많이 어긋난다”고 말했다.
동양 철학의 스승으로 받들어지는 고대 중국 사상가 공자(孔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 몸은 부모에게 물려받은 것이므로 이를 잘 보존하는 것이 효도의 시작”이라고 말이다. 샤오는 자기주장을 펼치는 근거로 공자의 말을 든다.
이제 논점은 샤오가 개최하는 ‘겨드랑이털 경연대회’로 이동한다. 많은 여성들이 그의 대회를 지지하지만, 모두가 같은 생각은 아니다.
“겨드랑이털 기르기 대회? 그게 뭔데? 뭐 어떻게 하라는 건데?” 한 네티즌은 웨이보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네티즌은 “아무도 내게 겨드랑이털을 밀라고 강요하지 않는다”며 “내가 원해서 그러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샤오의 생각을 지지하는 여성들이 더 많은 것으로 보인다.
자신을 대학생이라 밝힌 한 네티즌은 “나의 겨드랑이털을 사랑한다”며 “내 몸에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이 현상을 전폭적으로 지지한다”고 말했다. 그는 글과 함께 기숙사 침대에 팔을 쭉 편 채 기댄 사진 한 장을 첨부했다.
현지의 또 다른 여성운동가 리 팅팅도 겨드랑이털 사진을 자신의 블로그에 게재한 뒤 “가정폭력을 없애자, 그리고 겨드랑이털을 사랑하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른 운동가들과 가정폭력 및 성(性) 학대 퇴치 운동을 펼치다 한 달 넘게 구류된 적 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영국 BBC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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