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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과거'에 얽매인 아베…8월 담화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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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3-22 20:33:15 수정 : 2015-03-22 22:5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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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사 사죄’ 빼려는 아베 … 日 내부서조차 우려 눈길
아베 신조 총리
“역대 담화를 전체적으로 이어간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지만, 그동안 써온 문구를 사용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아베 신조 정권이 (종전) 70주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라는 관점에서 담화를 내고 싶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지난 1월25일 NHK방송에 출연해 ‘아시아 침략과 식민지배’ ‘통절한 반성’ 등의 표현을 이어받아 쓸 것이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올해 8월15일쯤 발표될 아베담화에 ‘아시아 침략과 식민지배에 대한 반성’이라는 문구를 넣지 않을 것임을 사실상 시사한 발언이었다.

아베 총리가 전후 70년을 맞아 올해 발표할 ‘아베담화’를 둘러싸고 전 세계가 들썩이고 있다. 과거사를 둘러싼 핵심 표현이 빠질 것으로 관측되면서 긴장과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침략·식민지배 사죄 표현이 핵심”

담화를 둘러싼 긴장과 갈등의 핵심은 2차대전 패전국으로서 얼마나 책임 있는 반성을 담아낼 것인가이다. 구체적으로 아베담화에 ‘무라야마담화’ 이후 역대 주요 담화에 담겨 있는 ‘아시아 침략과 식민지배’ ‘통절한 반성과 사과’ 등의 키워드가 포함될 것인가가 초미의 관심사다.

아베 총리는 지난 2월25일 담화를 위한 사적 자문기구인 전문가회의 첫 회의에서 20세기의 교훈과 전후 일본의 국제공헌, 아시아 각국과의 화해, 일본이 취해야 할 시책 등을 방향성으로 거론했다.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나온 건 아니지만 우려와 불안이 커지는 것은 그간 아베 총리의 언행 때문이다. 그는 2013년 3월 태평양 전범을 처벌한 극동군사재판(도쿄재판)을 “승자의 단죄”라고 폄훼했고, 4월엔 “(무라야마담화를) 그대로 계승하지는 않는다”고 못박았다.

특히 같은 해 5월에는 “침략의 정의는 정해진 것이 아니다”고 발언했고, 12월에는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靖國)신사를 참배해 역사 수정주의 논란을 야기하기도 했다.

매월 열리는 담화 관련 전문가회의는 학계와 재계, 언론계 등 각계인사 16명이 참석하지만 아베 총리의 복심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이 관장하고 있다. 사실상 총리관저가 주도해 담화를 내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전직 총리 및 야권은 물론 여권 내에서도 우려


아베담화에 대한 우려는 전후 50년, 60년 담화를 낸 전직 총리로부터 우선 제기되고 있다. 1995년 ‘무라야마담화’를 냈던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전 총리는 각종 인터뷰에서 “역사적 사실은 확실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라야마담화의 핵심인 식민지배와 침략에 대한 깊은 반성과 사죄에 대한 표현이 포함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60년 담화를 낸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도 지난 11일 “너무 소란스럽다”며 “특별히 10년마다 낼 필요는 없다”고 불신감을 드러기도 했다.

야권도 반발 중이다. 제1야당인 민주당의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대표는 지난 2월10일 “야당을 포함해 다양한 의견을 듣고 거국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을 내야 한다”고 아베 총리를 압박했다.

여권 내에서조차 우려의 소리가 나온다. 자민당의 고무라 마사히코(高村正彦) 부총재는 “50주년, 60주년 담화를 계승하는 것이 명쾌하면 할수록 일본이 앞으로 어떤 나라가 될지 스포트라이트가 비춰진다”고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연립 파트너인 공명당은 아베담화와 관련해 사전 협의를 요구하고 있다.

여론도 싸늘하다. 아사히신문이 이달 14∼15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식민지배와 침략’, ‘통절한 반성’ 등의 표현을 넣어야 한다는 응답이 52%로 ‘그렇지 않다’는 대답(31%)을 압도했다. 심지어 산케이신문 조사에도 응답자의 51.6%가 ‘침략과 식민지배의 반성’ 표현을 사용해야 한다고 답했다.

일본을 방문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왼쪽)가 지난 9일 도쿄 총리공관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오른쪽)와 정상회담을 한 뒤 공동기자회견을 열어 회담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국제사회도 압박 시작… 미국 대응이 최대 변수


국제사회도 아베 총리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윤병세 외교통상부 장관은 17일 “‘식민지배와 침략에 대한 통절한 반성과 사죄’가 어떻게 반영될지가 핵심”이라고 과거 담화 계승을 촉구했다. 리커창 중국 총리도 지난 15일 전국인민대표대회 폐막식에서 “한 국가 지도자는 전 세대가 창조한 성취를 계승하는 동시에 전대의 죄행과 역사적 책임도 마땅히 져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아베담화를 본 뒤 한·중·일 정상회담에 응하겠다고 압박한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도 지난 11일 “지역의 평화와 우호를 위해 긍정적이고 미래지향의 비전을 제시하길 기대한다”고 압박에 동참했다.

전문가들은 담화의 향배는 결국 미국의 대응에 달려 있다고 분석한다. 외무성 중국과장 출신인 아사이 모토후미(淺井基文) 전 히로시마평화연구소 소장은 지난 2일 “아베 담화의 포인트는 최종적으로 미국이 (일본 정부에) 무슨 말을 할 것인지 여부”라고 전망했다.

도쿄=김용출 특파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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