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 대통령이 23일 주재한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 김 비서실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24일 교체가 예정된 만큼 주변 정리를 끝낸 것으로 보인다. 김 실장과 전임자인 허태열 실장은 공히 수직적 당·청 관계 속에 인사를 통해 당·정을 컨트롤했다는 게 중평이다. 특히 김 실장은 민정수석실을 비롯한 검찰과 국정원 등 사정기관을 적극 활용하며 정국을 이끌었다. 그러다 보니 김 전 실장은 ‘정권의 2인자’로까지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당을 중심으로 여권의 권력지형이 완전히 바뀌면서 비서실장의 위상은 약화될 것으로 점쳐진다. 비서실장은 청와대 내부 기강을 다잡고 당·정과 원활한 소통을 강화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데 그칠 것이란 얘기다.
비박 지도부가 당을 장악해 청와대의 일방적 국정운영이 어려운 상황이다. 친박 핵심 인사가 포진한 내각의 국정 장악력도 강해져 비서실장의 역할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듯하다.
일부 수석실의 역량도 강화된다. 검찰 출신이 다수 포진한 민정수석실도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노동, 금융, 교육, 공공 등 정부의 4대 구조개혁과제 추진과 관련해 개혁에 드라이브를 걸 수 있는 사전 정지작업을 예고하고 있다. 정책조정수석실은 국정과제를 발굴해 점검하는 차원을 넘어 각종 정책을 조정하는 역할까지 맡게 됐다. 경제수석실은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호흡이 잘 맞아 입지가 탄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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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어있는 비서실장 자리 박근혜 대통령이 23일 오전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의를 표명한 김기춘 비서실장이 회의에 참석하지 않아 박 대통령 맞은편의 비서실장 자리가 비어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박 대통령은 지난달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 문건 파문과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항명 파동 등 청와대의 도넘은 공직기강 해이를 수습하기 위해 김 실장과 수석비서관을 대거 교체하고 비서관 3인방의 업무를 조정하는 인적쇄신을 단행했다.
하지만 3인방의 업무 범위가 오히려 커지면서 이들의 영향력이 더 확대됐다는 분석이 많다. 이 비서관은 대통령의 특수활동비를 관리·집행하고 내부 예산과 인사를 도맡는 역할을 유지했다. 정 비서관은 통합된 부속실을 총괄해 업무 영역이 늘어나게 됐다.
조직개편으로 일정·메시지 등을 담당하던 제1부속실과 수행·민원을 맡았던 제2부속실이 부속비서관실로 통합됐기 때문이다. 안 비서관은 정부 부처의 국정홍보를 총괄하게 된다. 매주 각 부처 대변인을 소집해 회의를 하며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책을 부처에 전파하고 국정홍보 방향을 조정하게 되는 것이다. 안 비서관의 역할은 윤두현 홍보수석과 중첩될 가능성이 있어 조정 여부가 주목된다.
남상훈 기자 nsh2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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