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부담감 떨친 강심장 돋보여… 폭발적 스타트로 경쟁자들 압도 이상화(서울시청)가 한국 빙속 최초로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하며 새 역사를 썼다. 이는 대한민국 동계 올림픽 도전사에 전무후무한 대기록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이상화는 11일(현지시간) 소치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우승으로 보니 블레어(미국·1988∼1992∼1994년), 카트리나 르메이돈(캐나다·1998∼2002년)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올림픽 빙속 여자 500m 2연패를 달성한 ‘전설’로 남게 됐다. 물론 아시아 최초다. 더불어 만 24세359일의 이상화는 24세 329일에 올림픽 2연패를 이룬 라디아 스코블리코바(소련)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어린 나이에 2연패를 달성한 선수에도 이름을 올렸다.
4년 전 밴쿠버 올림픽에서 1,2차 레이스 합계 76초09의 기록으로 2위 예니 볼프(독일·76초14)에 불과 0.05초를 앞서며 ‘깜짝 금메달’을 땄던 것과는 달리 이상화는 이번에는 2위 올가 파트쿨리나(러시아)와의 격차를 0.36초로 벌렸다.
특히 2차 레이스에서는 37초28로 올림픽 신기록까지 세웠다. 종전 올림픽 기록은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에서 카트리나 르메이돈이 기록한 37초30이었다. 1,2차 합계 기록역시 74초70으로 르메이돈(74초75)를 제쳤다. 그야말로 ‘명불허전(名不虛傳)’, ‘군계일학(群鷄一鶴)’이란 한자성어가 절로 떠오르는 눈부신 레이스였다.

밴쿠버 대회 때는 다크호스 정도로만 평가될 뿐, 그 누구도 우승을 예상하지 않아 편하게 경기에 임했던 것과는 달리 이번 소치에서는 세계의 눈이 이상화에게 쏠려 부담감이 막중할 법도 했다. 그러나 산전수전 다 겪으며 최강자에 오른 이상화의 냉정한 ‘얼음 심장’과 갈고 닦은 스케이트 날 앞에서 그 어떤 심리적 불안감도 방해요소가 되지 못했다.
동갑내기 절친인 남자 단거리 간판 모태범(25)이 전날 스타트 난조로 전체 레이스를 그르치며 4위에 그친 것과 달리, 이상화는 스타트부터 경쟁자들과 격이 다른 모습을 선보였다.
기선을 제압해야 1차 레이스에서 평소 선호했던 아웃 코스를 추첨으로 뽑은 것도 행운으로 작용했다. 이상화는 4번의 세계 신기록 레이스에서 3번을 아웃 코스에서 시작했다. 평소에도 “아웃코스에서 타면 인코스에서 타는 상대 선수를 보면서 달릴 수 있다. 안쪽에서 도는 상대 선수를 따라잡는다는 마음으로 가다 보면 나도 스케이팅 속도가 빨라져 좋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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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화가 11일(현지시간) 소치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경기 1차 레이스에서 역주하고 있다. 이상화는 1차 레이스에서 37초42로 1위에 오르며 올림픽 2연패의 초석을 다졌다. 소치=연합뉴스 |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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