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할머니들 끝모를 싸움… 日상대 국내법원에 조정신청 “돈은 안 줘도 되지만 잘못했다는 말은 해야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하성숙(85) 할머니는 “나쁜 짓을 해놓고 거짓말 하면 안 된다”는 말을 몇 번이나 되풀이했다. 하 할머니는 “중국 우한에 위안소 건물이 남아 있는데, 일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느냐”며 “잘못했다는 말 못 들으면 못 죽는다”고 목청을 높였다.
14일은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을 제정한 이후 처음 맞는 기념일이다. 1991년 8월 14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를 최초로 공개 증언한 고(故) 김학순 할머니를 기리기 위해 지난해 12월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아시아연대회의’에서 기념일을 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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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 할머니(왼쪽)와 강일출 할머니가 13일 서울중앙지법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민사조정신청서’를 내면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첫 기림일을 하루 앞둔 13일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 기념 국제심포지엄에서는 하 할머니와 김복동(88) 할머니의 발언, 각국 전문가들의 토론이 이어졌다.
김 할머니는 “20년이 넘도록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일본 대사관 앞에서 사과하라고 해도 일본인들은 문 한 번 열어보지 않는다”며 “수 십년 넘게 해결이 안 된 것은 한국 정부에도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박정희 전 대통령 때 해결 못한 것, 그 딸이 대통령이 됐으니 같은 여성의 입장에서 해결해 줄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강조했다.
심포지엄에서는 위안소 출입 기록이 담긴 아버지의 참전 일기를 서울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에 기증한 일본 평화활동가 다나카 노부유키(62)의 특별 발언도 있었다. 다나카씨는 “위안부 피해자 분들이 살아있는 동안에 일본 정부가 공식 사죄와 법적 배상을 하는 것이 일본 전후세대에 부과된 책무라고 생각한다”고 머리를 숙였다.
이옥선(86) 할머니 등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 12명은 이날 일본 정부를 상대로 1인당 1억원씩 총 12억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전제로 서울중앙지법에 민사조정 신청서를 제출했다. 할머니들이 일본 법원에 소송을 낸 적은 있지만, 국내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현태 기자, 광주=김영석 기자 sht9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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