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 군은 지난 9일 오후 3시29분 자신의 카카오스토리에 “내겐 인간에게 느낄 수 있는 감정이 이젠 메말라 없어졌다. 오늘 난 죄책감이란 감정 또한 느끼지 못했고, 슬픔이란 감정 또한 느끼지 못했고, 분노를 느끼지도 못했고, 아주 짧은 미소만이 날 반겼다. 오늘 이 피비린내에 묻혀 잠들어야겠다”고 썼다.
그는 3분 뒤 “난 오늘 개XX가 돼보고 싶었다. 개XX만 할 수 있다. 그래 난 오늘 개XX였어”라고 적었다. 피해자에게 “활활 재가 되어 날아가세요. 당신에겐 어떤 감정도 없었다는 건 알아줄지 모르겠네요. 악감정 따위도 없었고, 좋은 감정 따위도 없었고, 날 미워하세요”라고 조롱 섞인 말을 내뱉었다. 이 글은 범행 직후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
심군은 “마지막 순간까지 내 눈을 똑바로 쳐다 본 당신 용기 높게 삽니다. 고맙네요. 그 눈빛이 두렵지가 않다는 걸 확실하게 해줘서”라고 썼다. 오후 6시6분 친구 최모(19)군을 만나러 가는 버스 안에서 “체리블라썸 언제 맡아도 그리운 냄새. 버스에서 은은하게 나니 좋다. 편하다”고 태연히 말했다. 오후 6시28분 “오늘따라 마음이 편하다. 미움도 받겠지만 편하게 가자”는 글을 마지막으로 남겼다.
심군은 지난 8일 오후 9시 용인시 기흥구 한 모텔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김모(17)양을 불러낸 뒤 성폭행했다. 김양이 신고할까 봐 두려워 목 졸라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해 김장용 비닐봉지에 담아 집 장롱에 숨겨둔 혐의를 받고 있다. 심군은 경찰의 수사망이 좁혀오자 10일 경기 용인경찰서에 자수했다.
심군은 경찰에서 “시신을 훼손할 때 아무 생각이 없었고, 빨리 빠져나가고 싶은 생각뿐이었다”며 “내가 살려고 시신을 훼손했다”고 진술했다.
이은정 기자 ehofkd1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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