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이 기존의 무수단 미사일 이외에 스커드와 노동 미사일을 쏜다면 원산 인근 동한만 지역에서 한국, 일본, 미국령 괌을 사정권 내에 두는 미사일을 모두 발사하는 셈이다. 정부 관계자는 10일 “북한은 다양한 사거리의 미사일을 발사해 능력을 과시하려는 것”이라며 “현 시점에서 국내적으로나 대외적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외부의 관심을 끌기 위해 현 미사일 도발 국면을 점진적으로 고조시켰다. 미국의 군사정찰위성에 노출되기 쉬운 철도를 이용해 무수단 미사일을 동해 쪽으로 이동시킨 것이 첫 단계로 보인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이목을 집중시킨 후 미사일을 이동식 발사대에 옮겨 장착한 뒤 은닉하는 수법으로 발사 시점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켰다.
◆한·미·일 3국을 모두 겨냥한 미사일 도발
특히 일본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여부에 신경이 곤두서 있다. 일본의 한 지자체에서는 이날 오전 주민들에게 ‘북한 미사일이 발사됐다’는 문자메시지를 잘못 전송하는 해프닝이 연출되기도 했다.
북한의 이 같은 행태는 미국에도 일부 영향을 끼쳤다. 미국 정치권에서는 북한이 괌의 미군 기지를 향해 미사일을 발사하는 최악의 상황을 우려해 ‘상황 관리’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북한의 ‘벼랑 끝 전술’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는 셈이다.
북한은 2009년 7월4일 7발의 미사일을 한꺼번에 발사해 미국을 압박한 사례가 있었다. 이때는 중국계 미국 언론인인 로라 링과 한국계 유나 리가 북한에 억류돼 있었기에 북한이 이를 대미 관계의 지렛대로 사용하고 있었다. 군 관계자는 “한국계 미국인인 케네스 배가 북한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지금과 당시 상황이 매우 흡사하다”고 말했다.

정부 당국은 무수단 미사일이 동해안 지역에 있기 때문에 동쪽으로 발사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남쪽으로 발사해 우리 영공을 통과하는 상황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미사일을 남쪽으로 발사하면 제주도와 일본 규슈 사이 바다로 지나가는 경로가 될 것”이라며 “해군 이지스함 한 척이 서해에 배치돼 이 같은 상황에 대비해 궤도 추적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무수단 미사일이 우리 영공 위로 지나갈 때 군이 현재 가동 중인 요격체계는 무용지물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사거리가 2500∼4000㎞인 무수단 미사일이 우리 영공을 지나가면 고도가 100㎞ 이상이기 때문에 우리 요격체계(PAC-2)로는 요격할 수 없다”며 “우리 국민에게 피해가 있으면 그만큼 응징한다는 것이 우리 군의 기본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안두원 기자 flyhig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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