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진청, 양파·인삼 정식기 등 개발
농민에 임대… 노동력·비용 절감 효과
기계 활용 농가 5년 만에 144배 늘어 기계화 진행 속도가 가장 느린 산업 중 하나였던 농업이 변모하고 있다. 밭 규격이 제각각이고 지역별로 재배양식이 달라 표준화가 어려웠지만, 이 같은 환경을 고려한 각종 농기계가 개발되고 있다. 농기계 임대사업도 활발해져 농가 부담도 줄어들고 있다. 특히 다양한 환경에서도 운용할 수 있는 농기계들이 개발됨에 따라 국가별 특성에 따른 맞춤형 수출까지 가능해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의 벼농사 기계화율은 90%가 넘는다. 쌀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파종부터 재배까지 과정이 기계화하기 수월하기 때문이다. 반면 밭농사는 50%에 불과한 상황이다. 경지정리가 잘 안 돼 있고, 작목수가 다양해 표준화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밭농사의 기계화율을 2020년까지 70%로 끌어올리기 위해 주요 작목별 농기계 개발과 임대 사업을 확대하는 등 농기계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농산물의 수입개방이 가속화하면서 비싼 노동력 대신 비용 절감 등을 위해 기계화는 불가피한 상황이 됐다.
농촌진흥청은 2009년 사람의 손으로 일일이 심고 수확했던 양파를 기계로 대치할 수 있는 양파정식기 등을 개발해 농가에 보급했다. 양파정식기는 두 사람이 기계에 앉아 양파모를 공급하면 심는 장치가 비닐에 구멍을 뚫으면서 모를 심고 흙을 덮은 후 다음 심을 자리로 이동하는 반자동식이다. 양파 정식은 사람이 쪼그려 앉아 일일이 손으로 양파모를 심고 흙을 덮어야 하기 때문에 한 사람이 10a(300㎡)의 양파밭을 정식하는 데 50.2시간이 소요됐다. 그러나 이 기계를 이용하면 두 사람이 10a 정식하는 데 5.1시간밖에 들지 않아 인력 대비 4∼5배 능률적이다.
또 인건비와 작업시간을 절감하는 ‘반자동 인삼정식기’도 개발했다. 인삼농사는 밭에 인삼씨를 뿌려 1년간 15㎝가량 키운 묘삼(인삼의 모종)의 육질을 단단하게 만들기 위해 다른 밭에 옮겨 심은 뒤 3∼5년간 더 키워 수확한다. 묘삼 심는 작업은 일정한 깊이로 판 뒤 심어야 하기 때문에 정교한 작업을 기계화하는 게 관건이다. 인삼정식기는 땅을 20㎝ 깊이로 판 다음 1줄에 7∼9주씩 묘삼의 뿌리가 구부러지지 않도록 45도 각도로 심어준다. 인삼정식기를 이용하면 두 사람이 10a 규모에 묘삼을 심는 데 걸리는 시간이 30시간에서 7시간으로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다. 비용면에서도 약 18% 절감효과를 볼 수 있다.
강창호 농진청 농업공학부 부장은 “밭작물 농업의 기계화율을 높여서 노동력 절감 효과를 거두고 있다”며 “농촌의 여성과 고령 농민이 손쉽게 농기계를 사용할 수 있도록 기술 개발에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대로 활용 높이고, 수출도 증진
비싼 농기계 값 역시 부담이 되다 보니 대규모 농사를 짓는 농민들이 아니면 구입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하지만 임대 사업이 활성화하면서 농민의 부담도 줄어들고 있다.
농협중앙회에 따르면 농기계임대 사업을 원하는 농민들의 수요는 불과 5년 만에 144배 넘게 불었다. 2008년 667농가에 그쳤던 농기계임대 사용 농가는 다음해 3만1582농가로 47배 뛰었고, 지난해에는 9만6189농가가 수혜를 받았다. 농기계 임대를 통해 농작업을 대행해 준 면적 역시 2008년 6923ha에서 지난해 78만4139ha로 113배나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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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진흥청이 지난해 6월 경북 문경의 밭에서 양파를 자동으로 수확할 수 있는 양파 수확기 시연회를 하고 있다. 농촌진흥청 제공 |
박근혜 대통령도 최근 “농기계 임대사업을 확대해서 농기계 비용부담도 줄이고 또 농작업 대행 면적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해달라”고 주문한 바 있다. 이에 농림수산식품부는 농협의 농기계은행사업뿐만 아니라 시·군 농업기술센터와 함께 진행하는 밭농사용 농기계임대사업도 확대할 계획이다.
농식품부는 2015년까지 밭농사용 농기계임대사업소를 400개소(2012년 말 250개)로 늘리기로 했다. 또 정부는 지난해 7억4600만달러를 수출한 농기계의 수출액을 2015년까지 10억달러로 늘리기로 했다. 내수산업 위주의 농기계 산업을 수출산업으로 중점 육성한다는 것이다.
농식품부는 농기계 수출액의 34.3%를 차지하는 미국 위주의 수출시장을 동남아, 중동, 남미 등으로 확대하고 외국시장 정보수집과 수출마케팅 지원 등 노력을 병행키로 했다. 이를 통해 2010년 1%인 한국산 농기계의 외국시장 점유율을 2%로 높여 농기계수출 세계 10대 강국으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또 농식품부는 지난해 1200억원이었던 농기계 생산지원 자금을 매년 100억원 늘려 2015년 1500억원으로 확대키로 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기계산업은 최근 시장개방 확대 등으로 내수시장이 침체한 탓에 새로운 돌파구로서 수출로의 방향전환이 불가피한 실정”이라며 “농기계산업이 국가기반 산업으로 발전하는 디딤돌 역할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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