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속돌파에 시계만 뚫어져라…540초 만에 마음 고생 털어 “5, 4, 3, 2, 1, 발사!”
30일 오후 4시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대한민국 우주과학의 희망 나로호(KSLV-Ⅰ)가 지축을 흔드는 굉음과 함께 시뻘건 불기둥을 내뿜으며 날아올랐다. 나로호는 속도를 높여 수직으로 치솟더니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졌다. ‘우주강국’의 첫발을 내딛는 축포였다.

◆간절한 기도… 9분 만의 환호
발사예정 시간을 15분 앞두고 ‘자동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자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과 김승조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 등 나로우주센터 발사지휘센터(MDC)에 모여 있던 나로호 연구·개발 핵심 관계자 100여명은 상기된 표정으로 대형 화면을 주시했다. 이미 두 차례 카운트다운 도중 발사가 중단된 경험이 있던 터라 발사시각이 다가올수록 초조함이 더해갔다. 두 손을 모아 기도하거나 눈을 질끈 감은 연구원들도 눈에 띄었다.
발사 3.8초 전 1단 엔진이 점화되자 나로우주센터의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오후 4시 정각. 섬광과 함께 발사돼 약 10초간 ‘회피기동’을 위해 동북쪽을 향하던 나로호가 이내 목표궤도를 향해 수직으로 방향을 틀자 일부 연구원이 “느낌이 좋다”며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회피기동’은 발사체에서 분출된 고온·고압의 화염이 발사대 중요 시설에 손상을 주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발사 10여초간 바깥쪽을 향해 에스(S)자 형으로 비행하는 과정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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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대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강당에서 나로호 발사 상황을 지켜보던 연구원 관계자들이 발사 성공 소식에 환호하고 있다. 대전=연합뉴스 |
이륙 후 215초(3분35초). 2009년 1차 발사 실패 원인이었던 위성덮개(페어링) 분리 여부가 관심사였다. 순간 “상단에서 페어링이 성공적으로 분리됐다”는 장내 방송이 나오자 곳곳에서 탄성이 터지기 시작했다. 이륙 232초 후 193㎞ 상공에서 1단(하단)이 떨어져 나가고 395초(6분35초) 후에는 나로과학위성을 실은 상단 로켓(킥모터) 엔진까지 무사히 점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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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된 우주발사체 나로호가 에스(S)자 궤적을 그리며 힘차게 발진하고 있다. 나로호는 1단 로켓에서 분출되는 고온·고압의 화염이 발사대 중요시설에 미칠 손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발사 후 10초간 S자로 비행을 하는데 이를 ‘회피기동’이라 부른다. 고흥=사진공동취재단 |
남은 고비는 발사 540초 후 나로과학위성의 분리였다. 10년간의 공든 탑을 좌우할 ‘운명의 9분’을 초초하게 기다리던 오후 4시9분. “나로호 상단에서 나로과학위성이 분리됐다”는 안내방송이 나오자 나로우주센터는 한순간에 탄성과 박수로 넘쳤다. 지난 10여년간 거듭된 시행착오와 좌절이 눈 녹듯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연구원들은 너나할 것 없이 눈물을 흘리며 그간의 마음고생을 털어냈다. 또 서로를 끌어안고 격려했다.
교과부와 항우연은 오후 5시 나로호 발사 성공을 공식 선언했다. 발사 1시간30분 후인 오후 5시26∼36분 노르웨이 수신국에서 정상궤도를 돌고 있는 나로과학위성의 비콘 신호를 포착했다.
하지만 위성이 제대로 돌고 있는지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해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최종 성공 여부는 31일 새벽 대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인공위성연구센터와 교신으로 판가름 나기 때문이다.
항우연 관계자는 “최종 확인과정이 남아 있지만 현재로서는 성공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이번 발사를 동력으로 삼아 한국형 발사체(KSLV-Ⅱ) 개발에 더욱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고흥=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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