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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 강소국을 가다] ① 비상사태 완벽 대비 스위스 민방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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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2-12-31 23:14:55 수정 : 2012-12-31 23: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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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집마다 대피소… 안보의식 굳건… 유비무환의 ‘철옹성’
유럽 대륙의 중부 내륙에 위치한 한반도 5분의 1 크기의 작은 나라 스위스는 북쪽은 독일, 서쪽은 프랑스, 남쪽은 이탈리아 등 유럽 강대국에 둘러싸여 언제 침략을 받을지 모르는 안보환경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 나라는 1815년 빈 회의에서 영구중립국으로 인정받은 이후 지금까지 스스로의 국방력으로 중립국 지위를 굳건히 지켜온 대표적 ‘안보 강소국’(强小國)이다. 강대국 틈바구니에서 독립을 지키기 위해 스위스 정부가 펼쳐온 국방정책과 그 국민들의 확고한 안보의식을 3회에 걸쳐 소개한다.

‘스위스는 군대가 없다. 스위스 자체가 군대다.’

알프스로 유명한 영세중립국 스위스는 자주국방 의지에 따른 무장 중립정책을 지향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전시 동원 3일 만에 당시 인구의 10%인 50만명의 병력을 동원하며 즉각 총력 전시태세로 전환한 사례는 스위스 국방력의 내공을 잘 보여준다. 1939년 폴란드 침공을 시작으로 유럽 각국으로 영토를 확장해나간 히틀러도 섣불리 스위스를 넘볼 엄두를 내지 못하게 한 비결이기도 했다.

스위스 무장력의 핵심은 촘촘하게 짜인 민방위 체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2월에 찾은 스위스 수도 베른에서 자동차로 20∼30분 떨어진 북서부 쾨니츠의 풍경은 온 천지가 흰 눈으로 뒤덮인 평온한 유럽 시골의 여느 겨울 모습과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평범한 일반 가정집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자 전혀 몰랐던 스위스의 또 다른 얼굴이 모습을 드러냈다.

성탄을 앞두고 붉은 화관으로 장식된 약 20㎝ 두께의 육중한 지하 철문을 열고 들어가자 반대편 벽에 비상탈출용 작은 철문이 있고 바로 옆에는 난방 장치처럼 보이는 설비가 보였다. 유해 가스 유입에 대비해 외부 공기를 차단하고 내부 공기를 공급하는 유압 장치였다. 집 주인 마리아는 “평소에는 가족과 친구들이 모여 탁구나 파티를 하는 놀이공간으로 사용한다”며 “5년에 한 번씩 지방정부에서 제대로 관리하고 있는지 점검하러 나온다”고 말했다. 스위스는 건축법을 통해 건물 소유주가 이런 지하 대피소 설비를 의무적으로 갖추도록 하고 있으며 침대와 화장실도 별도로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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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안내를 맡은 스위스 민방위청의 롤런드 볼린 국장은 “법적으로 한 명당 1㎡의 공간을 대피소로 마련하도록 되어 있다”며 “건물 붕괴시 대피소로 피신한 뒤 대피소 비상문을 열고 탈출할 수 있고 공습이나 핵 테러와 화생방·독가스 유입에는 건물 내에서 생존할 수 있도록 설계한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스위스 전역에 이러한 민간 대피 시설만 30만곳에 달한다.

일반 가정집이 이런 시설을 갖춘 사실에 놀란 것도 잠시 민방위대원들의 대피소로 이동하자 더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대피소 지하로 들어가면 각종 비상 물품들이 진열된 거대한 창고가 눈에 띈다. 창고 옆으로는 비상시에 대비한 급수·전기공급·통신·조리·의료 시설이 들어서 있고 군 생활관 구조의 수면실이 있다. 전자파공격(EMP)을 차단하기 위한 방어시설도 구축돼있다. 대·소변을 처리할 수 있는 휴대용 플라스틱 변기까지 마련돼 있다. 비상 상황 발생시 약 2주 동안 3000명이 먹고, 자고, 배설할 수 있는 체계라고 한다. 민방위대원 소집시 이용되는 대피소는 스위스 전역에 2500곳이 마련돼 있다. 민방위대원 대피소와 별도로 도심 지하 주차장 등지에 마련된 지자체 공공 대피소에도 유사시 긴급 대피소로 전환돼 어떠한 위협에도 대응할 수 있는 철저한 준비를 해놓고 있다. 지자체 공공 대피소만 5100곳에 달하고, 문화재 보호를 위한 대피 시설 269곳도 별도로 확보돼 있다. 공공 대피소는 2∼3년에 한 번씩 정기 점검 과정을 거친다.

스위스 병력 구조를 봐도 민방위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무시하기 어렵다. 현역 12만명, 예비군이 8만명인데 민방위대원이 10만5000명에 달한다. 스위스의 모든 청년은 18세가 되면 3일에 걸쳐 신체검사와 적성검사를 받고 그 결과에 따라 민방위대와 군대로 구분된다. 각자의 전공과 적성에 따라 경찰, 소방, 보건·의료 서비스, 전기·통신 등 기술지원 서비스, 보호지원 서비스 등 5개 분야로 나뉘어 배치된다. 직업별 차이는 있으나 대개 40세까지 연간 약 20일을 의무복무해야 한다. 베른에서 취리히로 이동하는 기차 안에서 만난 회사원 헤럴드 짐머(27)는 “연간 약 3주 정도를 민방위 훈련 때문에 자리를 비워야 하니 회사로서는 달가워하지 않는 측면도 있다”면서도 “그러나 나라가 작을수록 혹시 일어날지 모르는 사태에 준비를 더 꼼꼼히 해야 한다는 정서적 공감대가 스위스 사회에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스위스의 민방위 체계는 국제 정세 흐름에 맞춰 변화를 꾀하고 있다. 민방위청의 롤린 국장은 “1991년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 스위스 민방위 체계는 자연재해의 위협에 긴급 대응하는 쪽으로 방향 전환을 시도해왔다”고 말했다.

베른·쾨니츠=글·사진 김민서 기자 spice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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