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청장에 허위보고… 신고 육성 긴급공청도 안해 허위보고를 받은 경찰 간부는 확인도 않고 청장에게 그대로 보고하고 지령실 사령탑은 신고 전화 공청도 제대로 못하고….
경기도 수원의 주택가 20대 여성 토막살해 사건은 우리 경찰의 총체적인 지휘·수사체계 부실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피해자의 경찰 신고 당시 휴대전화 음성 녹취록에는 죽음의 그림자와 마주한 젊은 청춘의 공포감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경기지방경찰청은 이날 피해자 A(28)씨에 대한 국과수 부검 결과를 공개하며 “국과수 감식 결과 직접 사인은 경부압박 질식사로 추정된다”며 “성폭행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A씨는 화장실에서 담요에 쌓인 채 발견됐고, 손과 발 등에 청테이프에 의한 결박 흔적이 있었다고 경찰은 덧붙였다. 이날 경찰이 공개한 녹취록에는 1분20초 동안의 A씨와 112신고센터 근무자 간 문답 내용을 포함해 피해 여성이 전화기를 놓친 뒤 이어진 상황이 담겨 있었다.

◆지휘라인 허위보고
서천호 경기경찰청장은 8일 “A씨가 지령실에 전화해 녹취된 1분20초를 포함해 휴대전화가 켜져 있던 6분16초 등 7분36초간의 통화 내용에 대해 보고받은 시간이 7일 오전”이라고 밝혔다. 서 청장이 뒷북 보고를 받은 이유는 사건을 담당한 수원중부경찰서 간부의 허위보고와 이를 보고받은 경기청 지휘라인의 안일한 대응 때문으로 확인됐다.
김춘섭 경기경찰청 형사과장은 이날 “지난 2일 낮 12시쯤 중부경찰서의 한 간부로부터 ‘조금 더 늦었으면 사체가 훼손돼 용의자 특정이 어려운 사건을 해결했다’는 검거보고를 받아 이를 청장께 보고드렸다”고 말했다. 이는 중부서 간부가 김 과장에게 피해자의 112 신고 내용을 감춘 채 허위보고한 내용을 확인없이 서 청장에게 보고해 이뤄진 것이다. 김 과장은 같은 날 오후 현장을 찾은 자리에서 중부서 형사과장으로부터 “112신고 접수 후 녹취록까지 작성됐다”는 사실을 들었지만 확인하지 않고 있다가 언론에 비위가 폭로되자 부랴부랴 7일에야 정확한 내용을 확인해 서 청장에게 보고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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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호 경기경찰청장이 8일 오후 경찰의 총체적인 부실 대응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수원=연합뉴스 |
정해룡 경기청 2부장은 감찰 결과 발표에 앞서 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112신고 접수를 하는 지령실이 현장 출동 경찰이 신고 육성을 직접 듣게 하는 긴급공청을 시도하지 못하고 일반공청만 한 아쉬움이 있다”고 밝혔다.
공청은 신고자의 음성을 여럿이 직접 함께 듣는 것을 말하는데, 일반공청은 신고가 온 전화 스피커폰만 켜 지령실 내부 직원들이 함께 듣는 것이고, 긴급공청은 현장 순찰차 등 현장에서 피해자의 긴급 육성을 들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할 때 무전망을 통해 직접 듣게 하는 것이다.
이 사건은 지령실에서 지난 2일 오후 10시53분 최초 출동한 순찰차에 ‘집안’이란 성폭행 장소를 뺀 채 ‘못골 공원으로 긴급출동’이란 지령을 보낸 데다 녹취 이후 6분16초 동안 켜있던 휴대전화에서 계속 폭행을 당하는 단말마 “악 악” 소리와 테이프 찢는 ‘찍찍’ 소리 등이 이어져 이를 현장에서 긴급공청했다면 피해자의 생명을 구할 수 있었을 것이란 지적이 일고 있다.
수원=김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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