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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간 5조 챙기고 느긋한 손털기… ‘먹튀’ 방조 논란

입력 : 2011-11-19 06:49:56 수정 : 2011-11-19 06:4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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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징벌적 매각’ 외면 논란 ‘조건 없는 매각명령’은 예상된 결정이었다. 금융당국은 예상대로 론스타에 여론이 요구하던 ‘회초리’는 들지 않았다.

론스타로서는 ‘먹튀’ 수순에 들어갈 수 있는 최선의 조건을 부여받은 셈이다. 금융위의 18일 결정으로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는 6개월 안에 외환은행 초과지분(41.02%)을 론스타 뜻대로 매각하면 된다.

6개월 안에 론스타의 먹튀 수순이 마무리된다는 뜻이다. 매각 시한 6개월은 은행법이 허락한 최장 시간이다. 론스타는 매각 시한 6개월을 모두 줄 것을 금융위에 요청한 바 있다. 론스타의 요구가 100% 수용된 것이다.

이에 론스타는 적어도 외환은행 투자로 모두 5조원대 수익을 챙겨 한국을 떠나게 될 전망이다. 외환은행 인수 계약자인 하나금융과의 재협상에서 인수가격이 어느 정도 떨어질 수는 있지만 론스타의 ‘대박’은 기정사실이 돼버렸다. 이에 따라 금융위 결정은 당장 “론스타 먹튀를 도운 게 아니냐”는 비난과 논란에 직면했다. 외환은행 투자를 포함해 론스타가 1998년 한국에 진출한 이후 거둘 총 수익을 따지면 1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자본 여부’에 대한 판단을 건너뛴 것도 두고두고 논란거리다. 론스타가 2003년 외환은행 인수 당시 금융당국의 승인을 받은 뒤 정체불명의 펀드 5개를 편입한 것으로 드러났는데도 이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것이다. 은행법상 인수자본 중 25% 이상이 산업자본이라면 은행을 소유할 수 없는 만큼 이 펀드의 성격에 따라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는 원천무효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당시 론스타 인수자본의 21.3%가 산업자본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외환은행 인수를 승인했다.

◆징벌적 매각명령, 안했나 못했나

징벌적 매각명령은 법적으로, 또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는 게 금융위의 입장이다.

먼저 법적으로는 은행법이 대주주 자격을 상실하면 10% 초과 보유지분을 매각해야 한다고 규정할 뿐 매각 방식에 대해서는 별도의 규정이 없다. 그러므로 징벌적 매각 명령은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현실적으로 장내에서 지분을 팔도록 하면(징벌적 매각) 적잖은 시간이 걸리고 그동안 주가 하락으로 론스타는 물론 외환은행 주요 및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지분율의 0.01% 미만 주주가 작년 말 기준 7만3874명으로, 총 5500만주에 달한다”고 말했다.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 심사를 생략한 이유로도 법률적·현실적 한계를 들었다. 비금융주력자로 판단해도 법률적으로 외환은행 인수 승인을 아예 무효·취소화하는 게 불가능하고 그간 의결권 행사 등을 처음부터 무효화할 수도 없다는 게 법률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라고 금융위는 설명했다. 은행법상 비금융주력자는 은행 지분 4%를 초과해 보유할 수 없다. 그러나 논란은 불가피해 보인다. 재량권을 활용하면 징벌적 명령이 가능하다는 주장이 여전하다. 당장 매각 시한을 줄일 수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에서도 금융위의 결정에 부정적 기류가 강하다. 금융당국이 론스타의 산업자본 여부와 같은 본질적 문제를 건너뛰고 론스타의 먹튀를 방조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외환은행 노조 김기철 위원장은 이날 즉각 성명을 내고 “징벌적 성격이 가미되지 않은 매각 명령은 불법적인 특혜”라며 “총파업을 불사한 전면투쟁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론스타 ‘먹튀’ 카운트다운

론스타는 외환은행 지분인수 계약을 한 하나금융과 매각협상을 마무리하는 데 전념할 것으로 보인다. 양측은 이미 론스타의 외환은행 지분 51.02%에 대해 주당 1만3390원씩, 모두 4조4059억원에 매매하는 계약을 한 상태다.

계약 유효기간은 이달 말까지다. 론스타가 계약을 파기하고 다른 투자자를 찾아나설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세계 경기침체에다 시한도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 인수자 물색’ 제스처로 협상력을 높이려 할 가능성은 있다는 지적이다.

론스타는 하나금융과의 재협상에서 기존 인수가격을 지켜 수익을 극대화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과의 계약대로 매각하면 외환은행 인수에 들어간 2조1549억원을 빼고도 그동안의 배당, 일부 지분 매각 등의 이익을 더해 5조1536억원(세전 기준)을 남기게 된다.

◆하나금융, 인수가격 깎을까

하나금융은 협상을 통해 인수가를 최대한 깎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외환은행 주가는 종가 기준으로 7900원. 인수가인 주당 1만3390원에 비하면 59% 수준이다. 단순 계산으로 주당 경영권 프리미엄이 5490원에 달한다. 계약대로 인수하면 론스타의 ‘먹튀’를 도왔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주가도 문제지만 유럽발 재정위기로 은행업종의 가치가 훼손된 점도 인수가에 반영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은 “그간 론스타와 가격 문제를 논의한 바 없다”며 “매각 명령 이후 론스타와 접촉할 것”이라고 말해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론스타 유죄 판결 이후 양측이 매각가격을 논의했으며, 이미 의견 접근을 본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황계식·김재홍 기자 cul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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