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과의 소통, 이미지 관리가 중요

한국을 대표하는 K팝 그룹들이 지난 10-11일 파리 공연을 통해 유럽 시장에 성공적으로 상륙한데 대해 재불 문화계와 학계 인사, 한류팬 등이 이구동성으로 던지는 말이다.
SM엔터테인먼트 소속 5개 K팝 그룹의 이번 파리 공연이 한류의 유럽 진출 서막을 성공적으로 열어젖힌 신호탄인 만큼 이제 다양한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한류를 지속·확산시켜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프랑스 보르도3대학 언론정보학과 홍석경 교수는 13일 "K팝의 유럽 상륙이 성공한 것은 맞다"면서 "하지만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문화가 한국과는 많이 다른 만큼 한류의 확산을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홍 교수에 따르면, SM타운의 파리 공연이 결정된 이후 2개월간 프랑스의 관련 인터넷 사이트 방문객 수가 프랑스 최대의 아시아 문화 이벤트인 '재팬 엑스포' 인터넷 사이트보다 10배 이상 많았다.
프랑스에서 올해로 11년째인 일본 해외 문화행사인 '재팬 엑스포'의 유료 참가자가 연간 13만명을 넘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SM타운의 성공적인 공연은 한류가 향후 유럽에서 어떤 위치에까지 올라갈지 가늠할 수 있다는 게 홍 교수의 설명이다.
이번 SM타운의 파리 공연을 사실상 기획하고 추진한 최준호 주프랑스 한국문화원장은 "K팝이 먼저 개척을 해서 성공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준 만큼 다른 대중문화들도 자신감을 갖고 뛰어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 원장은 "그동안에는 다양한 우리 문화를 알리는 데에 집중해왔다면 이제는 이 문화를 제대로 진출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분야별로 자신감을 갖고 추진하면 할 수 있다"고 말했다.
SM타운 파리 공연을 성사시킨 프랑스의 한류팬클럽 '코리안 커넥션'을 이끌고 있는 막심 파케 회장도 "이번 K팝 공연을 통해 한류를 프랑스와 유럽에 알리는 전환점을 맞은 것이 사실"이라며 "이제는 한류를 확산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파케 회장은 "이 공연을 보기 위해 이탈리아, 스페인, 영국, 독일, 핀란드, 심지어 세르비아에서까지 팬들이 날아왔다"며 "유럽 팬들이 이처럼 폭넓다는 것은 한류가 유럽시장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한류를 확산시키는 데 있어 문화가 다른 유럽에서 염두에 둬야 할 부분들도 제시됐다.
홍석경 교수는 "이제 프랑스의 TV와 라디오, 연예전문저널 등 주류 사회가 이 한류를 어떻게 평가할지가 중요하다"면서 "한국에서 아티스트들이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팬들과 관계를 잘 맺고 있는 것처럼 유럽 팬들과도 소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교수는 일본의 J팝이 처음에 크게 주목받다가 이후 몇년 지나지 않아 쇠락하게 된 이유가 바로 이 '소통 부재'였던 점을 기억해야 하며 한국 연예기획사들의 지나친 회사 자랑이나 홍보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준호 원장은 "K팝 하나가 성공하면 CD와 스타 사진 등 캐릭터 상품 판매는 물론이고 나아가 언어, 영화, 드라마 등 다른 분야로까지 파급되는 것이 문화산업의 특징"이라며 "한류문화의 저변을 확대하는 차원에서 어느 한 쪽으로만 쏠리지 않도록 잘 준비해 진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파케 회장은 "너무 빠른 생각인지 모르지만 이번에 K팝 공연이 성공했다고 해서 너도나도 앞다퉈 나오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든다"면서 "유럽에서 한류가 지속적으로 확산·발전하기 위해선 상업 목적의 공연이 남발되지 않도록 조절하고 K팝 아이돌 그룹들의 이미지도 나빠지지 않도록 하는 등 전체적으로 잘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파케 회장은 "프랑스 문화는 소비자의 수준이 높은 고급문화인 만큼 한류에 대해 나쁜 고정관념을 갖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이를 위해 이곳 미디어와 대중들을 상대로 K팝이 무엇인지를 설명하는 기회를 갖고 한국의 수준높은 다른 음악도 소개해볼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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