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김제시 마늘밭에 묻어뒀던 돈뭉치들이 마치 줄기에 달려 올라오는 고구마처럼 캐내면 캐낼수록 늘어나 모두 110억7800만원에 달하고 있다.
전북 김제경찰서는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김제시 금구면 선암리 마늘밭 주변을 추가로 수색해 이모(53·무직)씨가 처남의 부탁을 받아 땅에 묻은 검은돈 86억6000만원을 추가로 발견했다고 11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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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김제경찰서가 지난 10일 오후 김제시 금구면 이모(53)씨의 마늘밭에서 발견한 5만원권 돈다발이 비닐 안에 들어 있다. 김제=연합뉴스 |
경찰은 매형에게 110억원이 넘는 돈을 맡긴 이모(48)씨 형제는 2년 가까이 인터넷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해 거액의 부를 쌓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씨 형제는 공범들과 2008년 1월부터 2009년 11월까지 홍콩에 서버를 설치한 뒤 인터넷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속칭 ‘바둑이’와 ‘맞고’ 등의 도박게임을 제공해 도박자들이 입금한 1540억원 중 170억원을 수수료 명목으로 받아챙겼다. 이들은 지난해 4월 충남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덜미를 잡힌 뒤 큰처남은 도주해 도박개장 혐의로 수배 중이고 작은 처남은 징역 1년6월을 선고받고 수감됐으며 다음 달 출소할 예정이다.
경찰은 이씨 형제가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도박 수익금을 빼돌리기 위해 매형 이씨에게 2009년 4월부터 10여차에 걸쳐 주로 도주 중인 큰처남이 야간을 이용해 뭉칫돈을 건넨 것으로 보고 있다.
돈을 건네받은 이씨는 처음에는 전주시에 있는 아파트 다용도실 등에 쌓아두었지만 보다 안전하게 보관하기 위해 큰처남의 도움을 받아 지난해 5월 마늘밭 1000㎡를 8000만원을 주고 구입했다. 이씨는 밭을 구입한 뒤 컨테이너박스에 상주하면서 새벽과 밤 시간대를 이용해 직접 5만원권으로 바꾼 돈다발을 파묻었다. 이씨는 마늘농사 등을 지으며 돈 묻은 장소를 위장했다.
인근 주민 최지성(45)씨는 “이씨가 마늘밭을 성실히 일궈 의심은 하지 않았지만, 돈도 없다는 사람이 주위 시세보다 땅을 비싸게 사고 인근 산을 깎아 펜션을 짓는다는 소문이 있어 갑자기 부자가 됐나 하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김제=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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