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MB) 정부 실정(失政)이 정치권을 달굴 조짐이다. 2월 국회를 앞두고 정치권은 ‘MB실정 손보기’를 벼르고 있다. 야당이 주 공격수이지만 여당 일각에서도 동참하는 기류다. 구멍 뚫린 구제역 방역, 뒷북 치는 물가 대책, 거품 키우는 부동산·전세 대책, ‘대국민 사기극’이란 비난에 휩싸인 UAE 원전 헐값수주…. 도마에 오른 ‘실정 메뉴’는 하나같이 메가톤급이다.
구멍 뚫린 구제역 방역
민주당 등 야권은 숭숭 뚫린 구제역 방역대책의 문제점을 최우선적으로 따질 작정이다. 이미 살처분된 가축 수가 330만마리에 이르고, 가축뿐 아니라 사람까지 잡는 실정이다. 두 달째 이어진 방역 작업으로 피로가 극심하게 쌓인 공무원 사망자만 9명에 달한다. 애지중지 키운 소, 돼지를 생매장하는 정신적 충격에 축산농가의 자살도 속출하고 있다. 매몰지 4400여곳에서 침출수가 쏟아져 나오는 2차 환경오염 피해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커지고 있다.
야권은 지난해 11월 맨 처음 구제역이 발생한 이후 50여일이 지나서야 이명박 대통령이 현장 방문에 나서는 등 정부의 안이한 대처가 ‘국가적 재난사태’를 자초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민주당은 2월 국회에서 국정조사를 통해 구제역 발생 원인, 방역 대책, 소요 예산 등을 철저히 규명해 국민 앞에 소상히 알린다는 방침이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15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무능한 정부를 탓하지 않을 수 없다. 민주당은 국정조사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특히 구제역 바이러스 유입 경로를 우선 규명할 계획이다. 정부 당국은 구제역 최초 발생지인 경북 안동의 한 농장주가 작년 11월 초 베트남을 여행한 사실에 주목하고 역학조사를 벌였지만, 민주당 이춘석 의원이 전날 공개한 ‘구제역 국제표준연구소’의 유전자 검사 보고서에 따르면 안동 바이러스는 베트남보다 홍콩과 러시아에서 발생한 바이러스와의 일치율(99.06%)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작년 4월 발견된 강화 구제역 바이러스 역시 홍콩 바이러스와의 일치율(99.06%)이 상당히 높았다. 결국 “정부는 지금껏 애먼 농민 탓만 했으며, 오히려 지난해 발생한 강화 바이러스가 토착화한 것은 아닌지 주목해야 한다”(이춘석 의원)는 게 민주당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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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왼쪽)가 15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범석 기자 |
거품 키우는 부동산·전세대책‘전세대란’은 살인적 기세다. 60주 연속으로 치솟았고, 그 기세는 이어질 조짐이다. 그럼에도 정부 대책은 ‘약발’을 기대하기엔 회의적이다. 정치권은 부동산 거품만 키우는 ‘땜질처방’식 정부 대책을 질타하고 나섰다. 여당 의원들도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한나라당 이혜훈 의원은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전셋값이 내려오는 대책이어야 하는데, 정부 대책은 전셋값은 높은 대로 그냥 두고 빚을 내서 전셋값을 감당하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서민의 전세대출금 이자율 인하를 제외하면 나머지 대책은 대부분 국회에서 법을 통과해야 확정되기 때문에 4월이나 돼야 할 텐데 전세대란이 끝난 후에 대책이 확정되는 형국”이라고 힐난했다.
같은 당 김성식 의원은 “부동산 대출이 늘어나는 형태로 부동산 시장이 지탱된다는 잘못된 사인을 시장에 주게 되면 주택매물이 줄어드는 상황이 생긴다”며 “당장 표가 된다고 선심정책을 쓰기에는 부동산 시장의 현실은 너무나 엄중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완화 연장 검토에 대해선 “과도한 부동산 대출 문제를 야기하고 사회적으로 가계부실을 누적시킨다”고 반대했다.
민주당 전병헌 정책위의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부의 2·11 전월세 대책은 미봉책이어서 시장에서 일절 반응조차 없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원혜영 전월세대책위원장도 “정부 대책은 돈을 빌려줄 테니까, 그 돈으로 세를 살라는 것”이라며 “대상도 연소득 3000만원 이하로 제한해 서민이나 중산층에게 해당하지 않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월세 인상 상한제 도입을 대응책으로 제시했다. 박기춘 원내수석부대표는 “보금자리 주택사업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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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오른쪽)가 15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뒷북 치는 물가대책1월 소비자 물가는 정부 목표(3%)를 넘어 4.1%를 기록했다. 치솟는 물가에 삶은 더욱 팍팍해져 서민들에겐 ‘물가폭탄’이란 표현이 실감나는 현실이다.
민주당은 물가를 통제할 능력을 상실한 이명박 정부를 ‘무능 정부’로 낙인찍고 몰아세웠다.
우제창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15일 원내대책회의에서 “한국은행이 지난 11일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을 보면 이 정부가 물가를 잡겠다는 것인지, 안 잡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대목”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경제정책 전환을 주문했다. 그는 “성장위주, 고환율 정책을 물가 안정, 내수 위주 정책으로 바꾸지 않으면 다음 정권에 물가, 국가부채, 가계부채 문제를 고스란히 넘겨줘 경제 시스템이 완전히 파손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기춘 원내수석부대표는 “물가폭등 문제는 저금리로 부동자금이 시중에 넘치면서 인플레이션을 압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도 정부의 미흡한 대응에 불만을 표시했다. 김성식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에 출연, “물가를 일찍 잡지 못한 이유는 작년에 중앙은행에서 점진적인 금리 인상을 통해서 출구전략을 어느 정도 시행했어야 하는데 그 점이 미흡한 바람에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를 조기에 차단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혜훈 의원은 정부가 기업체에 물가안정 협조를 촉구한 것과 관련해 “공정위가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가격담합으로 물가를 올리는 업체를 적발하고 처벌하는 것은 반드시 해야 하지만 기업이 물가 안정에 협조하지 않으면 탈세를 조사하겠다는 것에는 동의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UAE 원전 ‘헐값수주’ 의혹
야권은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헐값수주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를 단단히 벼르고 있다. 국정조사가 성사돼 현 정부의 ‘실적 과대포장’ 의혹을 벗겨낼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이 문제는 정부가 2009년 12월 UAE 원자력발전소 건설공사 체결을 발표할 때부터 정확한 수주 규모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는 등 의혹이 끊이지 않았던 사안이다. 정부는 “총 수주 규모가 400억달러에 이르는 ‘국가적 경사’”라며 홍보에 열을 올렸지만, 당시 “계약금이 많은 애널리스트들이 예상한 액수의 절반 정도”(‘걸프뉴스’)라는 해외 언론 보도가 잇따르면서 헐값수주 의혹이 불붙었다.
그나마 전체 공사비 186억달러의 절반가량인 약 100억달러(약 12조원)도 수출입은행을 통해 대출해주기로 한 사실이 최근 국내 언론 보도로 밝혀지면서 ‘뻥튀기 의혹’을 더욱 키웠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15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부가 자랑했지만 수주 가격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저가이고, 거기에 들어가는 절반의 자금을 우리나라가 대출해주는 조건을 제시하는 등 여러 가지가 문제가 되고 있다”며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는 것을 국민 앞에 밝힌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미 국회 지식경제위원장인 자당 김영환 의원을 진상조사단장에 임명하는 등 정부와 일전을 벌일 태세다.
한나라당은 “민주당이 거짓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안형환 대변인)며 불씨 차단에 나섰다.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대형 플랜트를 수출하는 경우 수출금융대출은 국제적인 관례”라며 “수출금융대출 의향서를 제출한 것일 뿐 본계약에는 포함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남상훈·김형구 기자 nsh2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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