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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지형 바꾸는 중국](2)중, 미 독주에 제동 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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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1-01-24 19:38:50 수정 : 2011-01-24 19:3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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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경제대국 넘어 슈퍼강국으로… ‘G2 동반자 시대’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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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중요한 국제문제는 베이징과 워싱턴이 사전에 합의하지 않는 한 해결할 수 없다.”

프랑스 파리정치대학 유럽학연구소장인 자키 라이디(Zaki Laidi) 교수가 최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미국 국빈방문과 관련해 중국 관영 신화통신과 가진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다.

베이징 외교가에서 후 주석의 방미는 중국이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을 넘어 미국과 대등한 슈퍼강국으로 부상하고 있음을 국제사회에 각인시킨 외교적 이벤트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베이징 외교가의 한 인사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힘이 쇠퇴하는 대신 중국은 강해졌다”며 “긴 역사적 흐름에 비춰볼 때 세계권력의 힘이 미국에서 중국으로 넘어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기념비적 사건으로 기록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중화권 언론에서는 ‘미·중관계의 새 지평이 열렸다’ ‘미·중수교 32년 만에 열리는 가장 중요한 외교적 행사’ ‘21세기 변혁기에 미·중관계의 방향을 제시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세계 권력의 대이동

“양국 협력의 새 장이 열렸다.”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이 23일 후 주석의 방미수행 후 외교부 홈페이지를 통해 “후 주석의 방미는 핑퐁외교 40주년을 맞아 21세기 두 번째 10년이 시작되는 시기에 이뤄졌다”며 이같이 밝혔다.

미·중 양국은 정상회담 후 채택된 공동성명에서 상호 존중과 호혜의 협력적 동반자관계를 건설하기로 합의했다. 광둥성의 유력 신문인 남방도시보(南方都市報)는 6060자(영어 3891개 단어)에 6개 부분 41개 항으로 짜인 공동성명에서 ‘협력’이라는 말이 모두 51차례 등장한다고 분석했다. 공동성명에는 대만문제와 미·중 무역불균형 등 양국 현안뿐 아니라 한반도 정세, 이란의 핵문제, 수단의 분리독립, 기후변화, 위안화 절상 등 주요 국제이슈가 빠짐없이 언급돼 있다. 양국이 세계의 주요 현안에 관해 공감대와 의견차를 확인하면서 ‘협력’을 약속한 셈이다. 베이징 외교가의 한 소식통은 “그동안 미국 정가에서는 중국을 졸부로 여기는 부정적 인식이 적지 않았는데, 이번 후 주석의 미국 국빈방문을 계기로 미국이 세계질서를 논의하는 동반자로 중국을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슈퍼파워의 동반자 시대

중국이 ‘상호존중’을 강조하고 있는 점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양제츠 부장은 “후 주석은 양국이 서로 선택한 사회제도와 발전방식을 존중하면서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자고 제안했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전적으로 동의했다”고 말했다.

신화통신과 인민일보, 중국 중앙방송(CCTV) 등 중국 관영매체들도 후 주석의 백악관 만찬과 시카고 방문 등 극진한 대접을 받는 모습을 집중 조명하면서 미·중 양국이 상호존중의 새 시대를 열었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베이징 외교가의 한 소식통은 “중국이 경제적 손실을 감수하면서도 국빈방문에 집착한 것은 중국이 미국과 대등한 지위로 격상됐음을 대내외에 과시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며 “특히 대내적으로 임기가 1년여밖에 남지 않은 후 주석의 입장에서는 정치·사회체제의 정당성을 인정받아 경제발전의 여건을 다지는 게 다급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을 바라보는 미국의 시각이 달라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철희 중국삼성경제연구소 소장은 “미국은 과거 중국의 개혁개방 초기 자국 기업의 진출과 자본투자가 이뤄지면 자연스레 중국도 자국 주도의 자본주의체제에 편입될 것이라 여겼다”며 “그러나 중국은 이와는 달리 독특한 국가자본주의체제를 통해 미국을 위협할 정도로 대국으로 급성장, 미국을 당혹하게 했다”고 말했다.

이제 미국이 중국의 경제현실과 위상 및 지위를 직시하고 동등한 입장에서 대화에 나서고 있다는 얘기다. 

◆꺼지지 않는 불씨

그러나 향후 양국관계가 순탄할지는 미지수다. 2009년 11월에도 오바마 대통령과 후 주석은 정상회담을 갖고 이번 성명처럼 ‘21세기 협력적 동반자관계를 구축한다’는 내용을 담은 공동성명에 합의했다. 이로부터 2개월 후 양국관계는 미국의 대만 무기판매로 급속도로 냉각됐고 그 이후 1년 내내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와 오바마 대통령 간 면담, 위안화 절상, 동중국해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등으로 끊임없이 갈등을 빚어왔다.

후 주석은 지난 20일 워싱턴에서 한 연설을 통해 “대만과 티베트 관련 문제는 중국의 주권에 관련된 핵심이익으로 13억 중국 인민의 감정과 관련돼 있는 것”이라며 “미국은 이를 존중하기를 바란다”고 경고했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올해 양국 모두 선거 등 별다른 정치이벤트가 없는 점에 주목해 양국관계가 지난해처럼 얼어붙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인민대 국제관계학원의 진창룽(金燦榮) 부원장은 특히 이번 정상회담에서 조 바이든 미 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부주석 등 고위층의 상호방문이 합의된 점을 언급하면서 “고위층의 상호방문과 잦은 접촉은 양국관계의 평화와 안정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낙관했다

베이징=주춘렬 특파원 clj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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