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1일 ‘신년공동사설’에서 올해를 “인민생활 대고조와 강성대국 건설을 위한 총공격전의 해”로 규정했다. 강성대국 개막이 예고된 2012년을 준비하는 해를 맞은 절박함은 사설 곳곳에서 배어난다. 사설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등장 이후 항상 강조해온 ‘선군’이라는 단어는 2009년 32번, 지난해 15번에 이어 올해는 14번 사용하는 데 그쳤다. 반면 ‘경공업’은 각각 1번, 9번, 21번으로 사용 횟수를 크게 늘림으로써 무게감을 더했다. 이와 함께 대외관계 개선 의지도 강하게 내비쳤다.
◆경공업 통한 경제재건 강조
사설은 경공업을 ‘올해 총공격전의 주공전선’이라고 밝혔다. 후계체제 안착, 강성대국 준비를 위해 경제난 해결이 시급함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한 과제로 “인민들의 호평받는 인기 상품,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제품 생산” 등을 제시하면서 ‘절박한 과업’, ‘초미의 과제’, ‘중대한 국면’ 등의 표현을 사용했다. 하지만 개혁·개방보다는 ‘자력갱생’을 강조하며 보수적인 입장을 고수했다.
사설은 ‘자력갱생의 원칙 철저 구현’, ‘우리식 사회주의 경제관리 원칙’을 강조하면서도 대외경제 부문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대북 소식통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외자 유치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자립적 민족경제’ 기반 마련에 매진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외관계 개선 모색
사설은 남북 간 대결 상태 해소를 위해 남한 당국이 동족 대결 정책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또 비핵화 의지를 강조하면서 미국에 대한 비난을 내놓지 않았다. 이에 대해 한 남북관계 전문가는 “천안함 대북 조치 이후 이명박 정부와는 관계를 단절하겠다고 밝힌 데 비하면 한발 물러선 것”이라며 “남한 당국이 정책기조를 바꾸면 대화를 하겠다는 것으로 읽힌다”고 말했다.
북한의 경제난 해결을 위해서는 남한과의 협력이 필수적인 만큼 대화의 여지를 열어둔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6자회담 당사국들이 남북 간 대화를 주문하는 분위기 역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6자회담 당사국들이 남북 대화를 (회담 재개의) 우선적 조건으로 보고 있는 터라 현재의 경색된 남북관계를 그대로 두고는 고립구도를 깰 수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면서 “미국에 대한 입장은 오는 19일에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 결과를 본 뒤 정할 생각인 듯하다”고 말했다.
◆후계자 우상화작업 암시
이번 사설에서 북한은 후계자 김정은을 직접 거명하지 않은 채 ‘령도자’ 중심의 단합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의 통치력이 건재함을 과시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곳곳에서 후계체제를 암시했다. 사설은 김정은이 후계자로 공식 등장한 제3차 노동당 대표자회를 언급하며 “특기할 정치적 대경사”, “계속혁명의 근본담보”라고 강조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사설 가운데 “창성 땅에 지펴주신 지방공업혁명의 봉화 따라 전군중적인 투쟁을 벌여야 한다”는 부분을 주목했다. 그는 “김정은의 고향인 창성에 지방공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조치를 취함과 동시에 창성을 성지화하려는 의도”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김정은이 올해 김정일의 생산현장지도에 동행함으로써 ‘경공업 혁명’, ‘경제강국 건설의 치적’을 세습 정당화에 적극 활용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통일연구원은 “빠르면 김정일의 최고사령관 추대 20돌(12월24일)이 되는 연말쯤 김정은에게 원수 칭호를 부여하고 그를 최고사령관에 추대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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