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수뇌부 패기 없는 행동 성토 “합동전력으로 지원한다더니 우리가 ‘희생양’이냐.”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을 두고 우리 군의 소극적 대응에 해병대 내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26일 해병대의 한 장교는 “연평도와 백령도에 주둔 중인 해병대는 늘상 어떠한 북의 도발도 군의 합동전력으로 물리칠 수 있다며 장병들에게 임전무퇴 정신을 가르쳤다”면서 “이번처럼 영토까지 유린되는 대규모 해안포 도발에도 아무런 지원이 안 된다면 앞으로 어떻게 장병들을 교육시키느냐”고 목청을 높였다. 또 다른 장교는 “합참에선 교전규칙이 발목을 잡았다고 해명했지만 만약 북한군이 대규모 상륙작전을 벌일 때 해병대원이 옥쇄라도 해야 하는 건가”라며 울분을 표시했다.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키지 못한 군 수뇌부를 향한 비판도 제기됐다. 합참 출신 장성은 “이번 북 도발은 분명 위기였다. 하지만 위험한 기회이기도 했다”면서 “천안함 사태 이후 발생한 여러 가지 군내 사건들을 잠재우고 군의 사기를 높일 절호의 기회였는데 군 수뇌부의 패기 없는 행동으로 그런 기회를 날려 버렸다”고 꼬집었다.
이런 가운데 군 당국은 해병대의 서해5도 지역 전력증강 요청까지 번번이 묵살해 눈총을 사고 있다.
해병대는 지난해 안보공백 해소와 전력증강을 위해 백령도(6여단) 및 연평도(연평부대)에 각각 대포병탐지레이더(AN/TPQ-37) 2대를 보강할 필요가 있다고 합참에 요청했으나 반영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해병대는 지난 2월부터 적 포탄의 탄도를 역추적해 대포의 위치를 알아내는 대포병레이더를 육군에서 지원받아 백령도와 연평도에서 각각 1대씩 운영 중이다. 그나마 노후 장비여서 기능에 한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해 연평도 전력증강을 위해 K-9 자주포 6문을 요구했으나 이 또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올 들어 다시 K-9 자주포 6문의 증강을 요청했지만 합참은 합동전력으로 가능하다며 거절했다. 이 밖에 올해 연평도에 K-1 전차 6대의 배치도 건의했으나 단 1대도 배치되지 않았다. 백령도와 연평도에 있는 M-48 전차는 1950년대에 개발된 구식 장비다. 해병대 출신 한 예비역 장성은 “정말 울고 싶다. 서해5도 접적지역에서 우리 영토를 지키는 해병대의 존재가 과연 우리 군에서 뭔지 의심스럽다. 일회성 전략적 카드로 쓰더라도 먼저 제대로 된 장비라도 좀 갖춰주라”고 주문했다.
박병진 기자 worldp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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