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주민·군부 김정은 등극 황당”
대북 매체들 분위기 앞다퉈 보도
실제 ‘장군’ 이미지 만들어 내려
대외 강경책 내놓을 가능성도 28일 평양에서 열린 제3차 조선노동당 대표자회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후계자 김정은의 공식 데뷔를 위해 마련된 무대였다. 김정은은 27일 인민군 대장 칭호를 수여받자마자 당대표자회에서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당중앙위원에 선임되며 후계자로 전면에 나섰다.
하지만 그가 ‘확고한 후계자’로 자리매김하기까지는 적잖은 관문이 남아 있다. 이반된 민심을 모으고 정치적 조직력을 구축하며 스스로 정치력을 입증해야 한다. 김정은의 ‘후계자 등극 이후’에 눈길이 쏠리는 이유다.
김정은이 직면한 첫 과제는 주민들의 지지 확보다. ‘혈통’의 프리미엄을 넘어서기에 김정은의 나이와 경력은 너무도 일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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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44년 만에 열린 북한 조선노동당 대표자회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로 공식 데뷔한 김정은(앞줄 맨 오른쪽)이 다른 참석자들과 함께 기립해 박수를 치고 있다. TV화면 캡처 |
대북 매체들은 당대표자회 결과가 전해진 이후 북한 주민들의 싸늘한 분위기를 앞다퉈 전하고 있다. 대북 방송매체 ‘자유북한방송’은 30일 북한의 남자 주민의 말을 인용해 “28일(당대표자회 개최일) 오후 직장 경비실에 7명이 모여 담배를 피우던 중 김정은이 대장으로 승진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모두 기가 막혀 할 말을 잊었다. 아직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르고 있지만 27세짜리가 대장이 돼 후계자로 공식화됐다는 사실을 알면 다들 기가 막혀 할 것”이라고 전했다.
군부 역시 김정은의 등극을 환영하는 분위기가 아니라는 전언이 나온다. 북한 청진시에 주둔한 9군단 관계자는 “김정은이 대장에 오른 것에 대해 군관(장교)과 하사관들 사이에서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면서 “1991년 12월 김일성 주석이 김정일을 최고사령관으로 선포할 때는 후계자로서 경력과 업적이 소개됐다. 김정은은 도대체 뭘 해서 대장이 됐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고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이 보도했다.
이 같은 반응은 김정은이 지도자로서의 카리스마를 구축할 시간도, 정치적 업적도 없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 대북소식통은 “김정은이 ‘인민군 대장’이라는 호칭을 넘어 실제 ‘장군’으로서의 이미지를 만들어 내기 위해 앞으로 강경한 대외정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경제난 해결은 김정은이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다. 북한은 두 차례의 핵실험 후 국제적 고립이 심화되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말 단행한 화폐개혁의 실패, 올 여름 신의주 지역 수해까지 겹쳐 주민들의 생활고는 극에 달한 상황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김정은이 아버지 김정일에 비해 개혁·개방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스위스 유학 경험 등으로 개방적인 마인드가 있는 데다 경제난 해결을 위해선 개혁·개방을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당대표자회를 통해 지방당 책임비서 출신 인사들이 대거 등장한 것이 주목된다. 당 중앙위 정치국 후보위원에는 태종수(전 함경남도 당책임비서), 김평해(전 평안북도 당 책임비서), 최룡해(전 황해북도 당 책임비서), 박도춘(전 자강도 당 책임비서) 등 지역출신 인물들이 대거 진출했다. 지역 주민들의 ‘먹고사는 문제’의 실체를 중앙에 전달하면서 향후 경제정책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정은이 장기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는 김 위원장과의 관계 설정이다. 후계자가 공식적으로 모습을 드러내면서 북한은 이중권력 상황이 불가피해졌다. 그에게는 김 위원장이 든든한 바람막이인 동시에 넘어서야 할 벽이다. 당과 군 곳곳에 후견인들이 배치됐지만 권력엘리트들의 이탈 가능성을 방지하기도 어렵다.
한 북한 전문가는 “김정은은 김 위원장의 권위를 넘어서서 조직적 기반을 구축하는 동시에 그가 현직 지도자로서 갖고 있는 프리미엄을 물려받아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면서 “앞으로 대외정책, 경제정책 방향을 둘러싸고 김 위원장과 김정은 사이에 다양한 형식의 갈등이 노출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조수영 기자 delinew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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