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여중생 납치 살해사건 피의자인 김길태(33)의 정신ㆍ심리상태를 분석하기 위해 피의자 조사에 참관하고 있는 해바라기 아동센터 김철권 소장(동아대병원 정신과 교수)은 13일 "피의자는 철저하게 기억과 감정을 차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대부분의 범죄자는 자신의 범행과 관련된 기억이나 증거를 제시하면 동요하기 마련인데 피의자는 전혀 흔들림이 없다"며 "타인의 아픔을 이해하는 공감능력이 떨어지고 자기중심적 생각이 강하다"고 피의자를 지켜본 소감을 밝혔다.
피의자 김 씨는 범행과 관련된 기억과 감정은 철저히 부인하고 있지만, 자신의 개인적인 기억을 떠올리며 웃기도 했다고 한다.
조사관과의 대화에서 김 씨가 지난해 안양의 이삿짐센터에서 일할 때 한 연예인의 이삿짐을 옮겼던 이야기를 하며 웃음을 지었다는 것.
하지만, 범행사실을 추궁하는 질문으로 돌아오면 다시 기억과 감정의 철저한 분리가 이뤄졌다. 이에 대해 김 소장은 "자신의 기억에 최면을 거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피의자는 외톨이와 왕따로 자란 어린 시절의 기억 때문인지 사회에 대한 분노가 있다"며 "사회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이런 분노를 타인과의 관계에서 해결하기보다는 범죄와 같은 행동으로 드러낼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특히 피의자가 총 11년간의 교도소 생활에서 복싱, 달리기, 팔굽혀펴기 등 꾸준한 운동으로 몸을 만든 것도 "세상에 믿을 사람 하나 없고 혼자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각의 방증인 셈"이라고 김 소장은 말했다.
김 소장은 피해자의 몸에서 김 씨의 DNA가 나왔다는 확실한 증거에 대해서도 "피의자가 납득할만한 설명 없이 막연하게 모른다고 답하고 있다"며 "피해자의 아픔을 전혀 고려치 않는 마치 '심장'과 '마음'이 없는 사람"이라고 분석했다.
김 소장은 "피의자를 자백시키려면 억눌려 있는 감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인이나 부모와의 면담을 통해 심경변화를 유도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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