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부패기구 독립 보장 정부 감시·감독 권한
북유럽의 스웨덴과 핀란드는 국가청렴도에 있어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지난해 반부패 국제 비정부기구인 국제투명성기구(TI)가 발표한 ‘부패인식도지수(CPI)’에서 스웨덴은 1위, 핀란드는 5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40위였다. 이들 나라는 국가투명성의 근원으로 오랜 전통의 ‘정보공개법’(핀란드는 ‘정부활동공개법’)을 첫손에 꼽는다. 그리고 ‘의회 옴부즈만(스웨덴)’과 ‘사정감독원(핀란드)’이라는 독립적인 반부패기구를 운영하고 있다는 공통점도 갖고 있다. 본지는 지난 7∼9일 한국언론재단·국민권익위와 공동으로 북유럽 국가들의 반부패기구를 찾아 투명 행정 및 반부패 정책에 대해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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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츠 멜린 스웨덴 의회 옴부즈만이 지난 9일 스톡홀름 시내 옴부즈만 사무실에서 한국 취재진에게 의회 옴부즈만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스톡홀름=반부패기획취재단 |
주식 거래 및 인·허가 관련 정보에서부터 학교 운영 정보, 납세 내역까지 부정과 비리의 소지가 있는 정보에 대해선 철저한 공개 원칙이 지켜진다. 정보공개의 ‘일반화’가 부패를 막을 수 있다는 신념에서라고 한다. 마츠 멜린 스웨덴 의회 옴부즈만은 “공무원이 자신의 친척이나 지인에게 어떤 편의를 제공했다면 그날 저녁이면 누구든지 이 내용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공무원의 모든 행위는 서류로 남게 돼 있고, 이는 언론이나 인터넷을 통해 바로 공개된다는 것이다. 범죄기록 역시 조사 기간이 끝난 뒤에는 모두 공개된다. 다만 성범죄 등 윤리강령에 따라 비공개 원칙이 정해진 것은 예외라고 한다.
마티 요웃센 핀란드 법무부 국제협력과장은 “시민들은 공개된 정보를 보고 의심스러울 경우 공무원의 위법사항에 대한 조사도 요청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공무원들의 행동 반경에도 영향을 미친다. 알프 요한슨 스웨덴 검찰청 반부패과장(선임검사)은 “검사들에게 부패 방지를 위해 사건 관계자들과 식사나 사우나, 골프 등을 같이 하지 말 것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이런 행위들이 ‘공개된’ 장소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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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스톡홀름 시내 위치한 의회 옴부즈만 사무실 입구. |
스웨덴 의회 옴부즈만은 중앙정부에서부터 지방정부까지 모든 공무원들의 반부패 행위를 감시·감독할 수 있다. 4명의 옴부즈만이 4개 분야로 나눠 담당하는데 그 대상 역시 경찰과 법원 및 군대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다. 19세기 초반 절대권력을 틀어쥔 왕권에 대한 감시 차원에서 의회가 중심이 돼 옴부즈만을 선출한 것이 기원이다.
이런 연유로 스웨덴 옴부즈만의 탄생을 ‘민주주의의 시작’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스웨덴 옴부즈만은 공공 행정분야에서 위반 사례가 발생했을 경우 직접 소추하거나 징계절차에 회부할 권한을 갖고 있다. 반면 각료나 선출직 공무원에 대해선 감독 권한을 갖고 있지 않다. 각 기관 장관들이 실무에 대한 전권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스웨덴에선 산하 기관들이 독립적으로 실무에 대한 책임을 맡고 있다. 또 선출직 공무원의 경우엔 국민들이 직접 뽑았기 때문에 감독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한다.
핀란드의 사정감독원은 의회 옴부즈만과 함께 최고의 법 집행기구로 정부는 물론 대통령에 대한 적법성까지 감독한다. 정부기관과 공무원을 견책 조치할 수 있는 권한도 갖고 있다. 또 변호사들에 대한 감찰권을 포함해 민원에 대한 직접 수사, 형량의 적정성 여부 등도 조사할 수 있다. 공직사회 부패나 불합리한 행정 등에 대해 단순 권고에 그치는 국민권익위 권한과는 뚜렷이 대별되는 점이다.
멜린 의회 옴부즈만은 “투명한 정보공개와 독립적인 의회 옴부즈만의 활동을 통해 높은 수준의 청렴도를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톡홀름·헬싱키=신정훈 기자 hoon@segye.com
<한국언론재단·국민권익위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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