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前대통령 수사 국면전환용? 검찰이 지난해 태광실업 세무조사를 담당한 서울지방국세청 간부들의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한 배경에 궁금증이 일고 있다.
지난달 30일 검찰이 불러 조사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신병처리 결정에 모든 관심이 쏠린 상황이라 더욱 그렇다.
검찰은 공식적으로 “수사상 필요에 의해” 압수수색했다고 밝혔다. 국세청이 제출한 자료 외에 필요한 금융자료를 확보할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다. 지난해 국세청이 검찰에 세무조사 자료를 제출하면서 누락한 보충자료나 보고서가 있을 수 있다고 검찰 관계자는 전했다.
지난해 11월 국세청은 태광실업 세무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박연차 회장을 검찰에 탈세 혐의로 고발했지만 많은 의혹을 남겼다.
당시 세무조사를 담당한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장인 조홍희 현 국세청 법인납세국장이 한상률 전 청장에게 직접 보고했고, 보고 시기와 단계별로 3∼4개의 서로 다른 보고서가 있다는 의혹이 파다했다. 세무조사 무마로비와 관련한 조사무마 청탁자 명단 등 민감한 부분이 검찰 고발 시 누락됐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당시 검찰 수뇌부가 이를 알고 크게 화를 냈다는 얘기도 있다. 검찰 관계자는 “당시 국세청이 제출한 자료 중 빠진 조각을 맞추는 것이 검찰 수사의 줄기 가운데 하나”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렇더라도 검찰의 이번 국세청 압수수색은 과거 사례와 다르다. 무엇보다 의혹이 제기된 지 4개월이나 흘렀다. 압수수색 시기가 너무 늦은 것이다. 검찰이 직접 압수수색한 것도 이례적이다. 검찰이 국가기관을 상대로 필요한 자료를 확보하고자 할 때 압수수색보다 협조요청을 한다. 금융자료가 필요하면 법원에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임의제출 형식을 취한다.
일각에선 노 전 대통령 소환조사 무렵 임채진 검찰총장이 수도권 검사장들과 통화한 의혹이 제기되면서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이자 ‘국면 전환’을 위해 국세청 압수수색 카드를 뒤늦게 꺼내든 것 아니냐고 보고 있다.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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