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검찰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은 답변서를 통해 그동안 제기된 의혹을 전면적으로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또 여러 개 질문을 하나로 뭉뚱그려서 답변하는 식을 취했다. 문항마다 답변할 때보다 빈틈을 드러낼 가능성이 작다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은 16쪽 분량 중 5쪽을 할애해 혐의로 이어질 수 있는 사항을 공개한 검찰 수사방식을 지적하면서 ‘피의자 방어권 보장’ 등을 요구했다. 앞으로 법정에서도 쟁점화할 가능성이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서면 답변서는 그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답변서는 피의자 신문조서가 아니지만 일종의 진술서다. 수사에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검찰이 정황 증거와 서면 답변서 내용 간 미세한 차이를 파고든다면 답변서는 노 전 대통령에게 ‘부메랑’이 될 수 있다.
검찰은 1995년 노태우 전 대통령을 수사할 당시에도 ‘서면조사 후 소환’ 카드를 썼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서면조사를 받은 뒤 1차 소환 때 사실관계를 전면 부인했다. 검찰은 사전에 받은 진술서 허점을 파고든 끝에 한 차례 추가 소환 뒤 사법 심판대에 세웠다.
이번에 검찰이 노 전 대통령에게 보낸 서면 질의서도 다양한 포석이 담겨 있다는 분석이 많다. 우선 노 전 대통령 측 전략을 파악할 수 있다. 노 전 대통령 측의 대응 전략을 일부 파악한다면 수사계획을 짜는 데 유리하게 활용할 수 있다.
검찰이 파악한 내용과 어긋나는 부분을 찾아내 노 전 대통령 측 주장을 깨뜨리는 데도 유용하다. 검찰은 이미 권양숙 여사와 노건호씨 일부 진술이 거짓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정상문(구속)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도 매일 소환해 압박하고 있다.
특수 수사에 밝은 한 검사는 “서면 질의서를 보낸 것은 조사시간 단축 등 목적보다 피의자가 혐의를 부인할 경우 이를 깨기 위한 일종의 전략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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