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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풍력발전단지 조성 명분 곳곳 파헤쳐 숲이 폐허로… 동?식물 멸종위기

관련이슈 풍력발전의 현주소

입력 : 2009-04-21 09:20:21 수정 : 2009-04-21 09: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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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집중호우시 붕괴 위험성도 전국 각지에 우후죽순으로 들어서는 풍력발전단지로 인해 생태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녹색성장’을 앞세운 정부와 지자체의 개발논리는 우리나라 생태 축의 큰 줄기인 백두대간과 천연기념물을 훼손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효율성이 입증되지 않은 풍력발전을 위해 생태계를 교란하는 것은 녹색성장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비판하고 있다.

20일 백두대간보존회 등 환경단체들에 따르면 풍력발전으로 가장 타격을 받고 있는 곳은 경북 영양군 ‘맹동산’이다. 백두대간의 낙동정맥인 맹동산은 멸종 위기 식물인 노랑무늬붓꽃과 담비, 날다람쥐 등의 동물 서식처로 보존 가치가 높고 산세가 수려해 등산객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하지만 맹동산의 주요 능선에 들어선 18기의 풍력발전기로 인해 숲은 폐허가 됐고, 등산로는 발전기를 건설하기 위한 차량용 도로로 탈바꿈했다.

특히 멸종 위기 2급 식물로 분류돼 있는 노랑무늬붓꽃의 주요 서식지인 맹동산 정상부는 정확하게 반으로 동강이 났다. 지난해 12월부터 본격 가동되고 있는 풍력발전기 주변은 토사로 둘러싸여 여름철 집중호우 시 붕괴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맹동산 훼손으로 동식물이 옮겨갈 유력한 후보지로 꼽혔던 인근 명동산에도 조만간 풍력발전기가 들어설 예정이다. 영양군은 맹동산 및 명동산에 추가로 42기의 발전기를 세운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영양군은 “풍력발전단지를 유치해 이곳에 대규모 테마파크를 만들어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말만 할 뿐 생태계 보호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청정 도시’를 내세운 제주도도 예외는 아니다. 2006년 추진된 난산풍력발전단지는 사전환경성 검토를 ‘날림’으로 받아 사업이 취소될 전망이다. 풍력발전기가 들어설 곳에 천연기념물 제467호인 수산동굴의 가지굴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문화재청의 탐사 결과 풍력발전기가 들어설 경우 수산동굴 붕괴가 우려된다는 결과가 나왔다.

또한 시행업체는 사전환경성 검토를 회피하기 위해 사업면적을 축소해 발표했지만 시민단체의 실측 결과 3배가량의 산지가 훼손된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주민들이 제기한 개발사업 승인시행취소 행정소송에서 1, 2심은 주민들 손을 들어줬고 현재 대법원 판결만 남았다.

이처럼 풍력발전단지가 난립하는 원인에 대해 백두대간보존회 김정호 전 정책실장은 “개발업체와 정부 및 지자체의 ‘밀실 담합’에 의해 사업이 결정된다”며 “사업이 시작된 뒤에야 주민들은 개발 사실을 알게 된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영양풍력발전단지의 사전환경성 검토 보고서를 요청하는 시민단체의 질의에 지식경제부, 경북도청, 국회 등 모든 기관이 공개를 거부했다. 생태계 보호 주무부처인 환경부는 “풍력발전은 우리 부처 소관이 아니다. 환경영향평가 등 개발을 위해 받아야 하는 법적 기준에 현재 계획된 풍력발전단지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놨다.

장원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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