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요일 아침에 벌어진 경기인데도 도쿄 신주쿠 등 일본의 주요 거리에서는 TV화면이 보이는 가게 앞에 사람들이 모여 시합을 지켜봤다. 이들은 일본이 득점을 올릴 때마다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점심시간 무렵 승리가 굳어지자 행인과 직장인들은 식당과 거리에서 야구 이야기로 꽃을 피웠다.
일본 주요 언론들은 자국 야구대표팀의 승전보를 신속하게 인터넷으로 보도하면서 "결승에서 '숙적' 한국과 5번째 대결하게 됐다"고 제목을 뽑았다. WBC 대회 초반만해도 한국을 한수 아래로 깔고 봤던 일본 언론이 결승상대인 한국을 '숙적'으로 표현하기 시작함으로써 한국의 실력에 대해 어느 정도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마이니치 신문은 일본팀의 타선이 4회에 폭발한 것에 대해 "'이거야, 일본 야구'라고 하는 공격이, 4회에 나왔다"고 분석하면서 한국과의 결승에서도 좋은 타격을 보여줄 것을 기대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시합전 선발투수인 마쓰자카 다이스케가 "여기(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일본인 선수는 인정받고 있지만 일본의 야구계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낮다. 이번 대회에서 미국의 사람들에게 일본의 야구를 인정하게 한 싶다"고 말했는데 실제로 미국전에서 승리함으로써 그렇게 됐다고 전했다.
미국전 승리로 일본팀의 분위기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좌익수 아오키 노리치카는 "지난 1회대회 때는 누구누구가 중심이라는 식이었지만 이번팀은 한 사람 한 사람의 존재감이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다"면서 팀웍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도쿄=김동진 특파원 bluewin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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