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역 없는 수사” 천명에도 거명 인사 눈치보기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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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탤런트 고 장자연씨 전 소속 기획사의 서울 삼성동 옛 사무실 건물 1층에 있는 와인바 내부 전경. 전 대표 김모씨가 2005년 매입해 사용한 이 건물 1층은 와인바, 2층은 사무실, 3층은 침실 용도로 쓰인 것으로 알려졌다. |
경찰의 납득하기 어려운 행태는 조현오 경기경찰청장이 성역 없는 수사를 천명했지만 나온 것이어서 향후 제대로 수사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을 낳고 있다.
경기 분당경찰서 오지용 형사과장은 22일 “이날 0시30분부터 3시30분까지 3시간 동안 장씨의 소속사 전 대표 김모(40)씨 소유의 서울 삼성동 3층 건물을 압수수색해 컴퓨터 1대 등 44개 품목, 201점을 압수해 내용을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씨가 1층에 와인 바와 3층에 고급 객실을 갖추고 사무실 겸 접대장소로 쓰던 ‘아지트’인 이 건물은 지난주 이미 언론에 구조가 공개된 바 있다. 경찰은 이 사건의 열쇠를 쥔 김씨가 일본에 체류하며 경찰조사를 피하는 상황에서도 이 아지트가 언론에 공개된 뒤에야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이에 대해 경찰은 “김씨 사무실이 이전된 걸로 알고 있었고, 압수수색할 만한 물품이 있는지 확인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장씨의 성상납 문건이 공개된 지 일주일이 지나는 동안 김씨의 사무실조차 파악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특히 경찰은 압수수색에 앞서 이틀 전인 지난 20일 이 건물을 압수수색하겠다고 공표했다. 사건 해결의 열쇠가 될 만한 단서 확보 등을 위해 행하는 압수수색 일정을 사전에 사건 관련자들에게 알려주는 어처구니없는 행동을 한 것이다.
이는 경찰이 장씨 오빠에 의해 성매매 혐의로 고소된 4명의 신원이나 접대장소 등을 묻는 기자들에게 “피의 사실에 대해 확인해주기 어렵다”며 피고소인들을 적극 보호하던 것과 같은 것이어서 수사 의지에 의혹을 사고 있다.
경찰의 석연치 않은 행보 때문에 압수수색하기 전 이미 소속사 직원이 사무실을 열고 들어가 짐을 가져갔다고 인근 주민들은 전하고 있다. 경찰은 또 “피고소인들의 피의 사실을 파악하기 위해 관련자 통화 내용과 이메일을 분석하는 중”이라면서도 정작 핵심 인물인 김씨의 통화 내역은 조회조차 하고 있지 않다.
이는 피고소인 중 유력인사들의 눈치보기 수사에 급급하다는 비난을 사고 있는 경찰이 수사 지휘권자의 ‘성역 없는 수사’ 의지 천명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뒷북 수사와 허점투성이 수사로 일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편 경찰은 장씨 오빠가 사자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유장호씨의 문건 유출 정황이 드러남에 따라 그의 소환을 결정하고 출석을 요구했다. 경찰은 유씨가 출석하는 대로 피의자 신분으로 유출 경위와 고소 사실 등을 조사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유씨는 “주말에 개인사정이 있어 월요일에 변호사와 상의해 출석을 결정하겠다”는 뜻을 전해온 것으로 알려져 소환조사는 이르면 23일 이뤄질 전망이다.
경찰은 또한 인터넷에 유포된 ‘장자연 리스트’ 수사와 관련해 리스트에 이름이 올라있는 사람들의 실명을 거론한 57개 게시글 가운데 비방 목적 등이 포함된 7개 글을 1차로 선별해 작성자의 신원 확인을 위해 해당 사이트에 통신자료 제공을 요청했다.
성남=김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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