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22일(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벌어진 WBC 준결승에서 남미 최강이라고 평가되던 베네수엘라를 일방적으로 공략한 끝에 10-2로 압승을 거뒀다.
이에 따라 결승에 선착한 한국은 23일 열리는 미국-일본의 준결승을 느긋하게 지켜볼 수 있게 됐다.
사실 한국은 이번 대회 전만 해도 목표가 4강 진출이었다.
3년 전 1회 대회 때 '기적의 4강'에 올랐고 지난 해 베이징올림픽에서는 9전 전승으로 금메달을 차지하는 등 최근 한국야구의 기량이 급성장했지만 야구 종주국 미국, 메이저리거들이 우글거리는 중남미 국가, 최강 투수력을 자랑하는 일본 등 강호들 틈바구니에서 4강에만 올라도 성공이라는 평가였다.
그러나 한국야구는 스스로도 몰랐을 만큼 기량이 업그레이드돼 있었다.
일본과의 `야구전쟁'에서는 여유까지 보이면서 2승2패를 기록했고 강호 멕시코를 8-2로 격파한 데 이어 주전 전원이 메이저리그 스타들로 구성된 베네수엘라는 10-2로 대파했다.
사기마저 충천한 한국야구는 이제 상실명부 세계 최고봉을 정조준하며 `꿈의 무대'에 오를 준비를 마쳤다.
현재로선 결승전 상대로 미국이나 일본, 어느 나라가 올라와도 충분히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에 차 있다.
야구 종주국 미국은 엔트리 28명이 전원 메이저리거들로 구성된 만큼 설명이 필요없는 강팀이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투타에 걸쳐 불안감을 노출하며 힘겹게 준결승에 진출했다.
미국이 일본을 이길 경우 결승전에 내세울 것으로 예상되는 제이크 피비는 지난 해 10승11패, 평균자책점 2.85를 기록한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의 에이스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2경기에 등판했지만 불과 5이닝동안 8점을 허용할 정도로 컨디션이 좋지 않은 상태다.
미국은 불펜투수들 조차 제 역할을 하지 못해 팀 방어율 6.18을 기록할 정도로 마운드가 크게 부진해 한국 타자들이 충분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공격력은 홈런 11방을 기록하며 팀 타율 0.303을 기록했지만 이번 대회에서 최고의 투구를 이어가고 있는 한국 마운드가 충분히 막을 수 있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3년전에도 미국을 만나 7-3으로 승리했던 한국 대표팀은 편파 판정 등 홈텃세만 이겨낼 수 있다면 승부의 추가 한국 쪽으로 기울 것으로 보인다.
반면 `영원한 라이벌' 일본이 미국을 꺾고 결승에 오르게 되면 우승컵을 놓고 5번째 `야구전쟁'을 벌이게 된다.
이번 대회 참가국 중 최강 투수력을 지닌 일본은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최강팀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한일전이라는 특성상 분위기에서는 한국이 일본을 압도하고 있다.
포수 박경완을 제외한 주전 전원이 20대로 구성된 한국의 겁없는 태극전사들은 이제 일본을 더이상 두려움의 대상으로 여기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일본은 해외파를 망라해 역대 최강팀을 구성했음에도 고비마다 한국에 덜미를 잡히다 보니 부담감만 가중된 상태다.
일본이 자랑하는 선발 삼총사 중에서 마쓰자카 다이스케는 미국과 준결승에 등판할 예정이어서 결승에는 나올 수 없고, 다르빗슈 유 또는 이와쿠마 히사시가 결승전 등판이 예상되지만 둘 모두 이번 대회에서 한국전 패배의 아픔을 맛 본 투수들이다.
특히 일본은 지난 20일 한국과 2라운드 1-2위 결정전에서 유일한 오른손 거포인 무라타 슈이치가 허벅지 부상을 당한 뒤 대표팀을 이탈해 공격력마저 크게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경기를 치를수록 공격과 수비의 균형과 조직력이 강화되며 사기마저 크게 오른 태극전사들은 이제 미국이나 일본, 어느 팀이 올라오더라도 첫 우승컵을 차지하겠다는 다부진 각오를 다지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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