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 대표팀은 22일(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결승에서 초반 베네수엘라 수비수들의 잦은 실책을 효과적으로 점수로 연결시켜 10-2 대승을 거뒀다. 한국 선수들의 빠른 움직임에 지레 놀라 실책 5개를 범하며 자멸한 베네수엘라는 한국보다 1개 적은 9안타를 때렸지만 대부분 산발에 그치며 2득점에 머물렀다.
사실 한국 선수들은 경기 전 잔뜩 긴장했다. 김인식 감독도 베네수엘라전을 앞두고 ‘위대한 도전’이라고 말했을 정도로 경계심을 드러냈었다. 실제 베네수엘라는 선수 대부분이 메이저리거로 짜여진데다 공·수에 걸쳐 가장 안정된 전력을 구축한 팀으로 평가됐기 때문. 하지만 이날 톱타자 이용규(KIA)가 타석에 들어서는 순간 걱정은 사라졌다.
이용규는 1회 초 상대 선발 투수 카를로스 실바를 상대로 볼카운트 2-3까지 가며 실랑이를 벌이다 볼넷으로 걸어나가 찬스를 만들었다. 다음 타자 정근우(SK)는 평범한 우익수 플라이를 쳤다. 이 순간 지난 해 연봉이 무려 1600만달러나 됐던 상대 우익수 보비 아브레우가 어이없이 놓치고 말았다. 천금같은 찬스를 잡은 한국은 김현수(두산)가 좌전 적시타를 날려 먼저 점수를 빼냈다. 후속 김태균(한화)의 중전안타로 무사 만루를 이어간 한국은 이대호(롯데)의 투수 앞 강습타구로 2점째를 올렸다. 이어 타석에 나선 추신수(클리블랜드)는 1사 2,3루에서 상대 선발 실바의 149㎞짜리 빠른 공을 걷어올려 한가운데 펜스를 총알처럼 넘어가는 3점홈런으로 연결했다. 5-0.
기세가 오른 한국은 2회에도 1사 뒤 김현수가 2루타를 치고 나가자 이번엔 김태균이 좌월 2점홈런을 뿜어내 7-0으로 달아나며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다.
3회 연속 안타로 1점을 내준 한국은 4회 곧바로 응수했다. 한국은 4회 초 고영민(두산)의 좌월 2루타와 김현수의 볼넷으로 1사 1,2루 찬스를 만든 뒤 베네수엘라 포수 라몬 에르난데스가 1루에 뿌린 견제구를 미겔 카브레라가 빠뜨리는 사이 2루 주자가 재빨리 홈까지 파고들어 8-1로 달아났다. 7회에는 이대호의 적시타와 최정의 희생플라이로 2점을 더해 10-1로 점수차를 벌리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선발투수의 중책을 맡았던 윤석민은 베네수엘라의 초호화 타선을 상대로 6과 3분의 1이닝 동안 삼진 4개를 뽑으며 산발 7안타 1볼넷으로 2점만 허용하는 역투를 펼쳐 한국의 결승 도약의 디딤돌을 놓았다. 타선에선 4번 타자 김태균이 2점 홈런을 포함해 4타수 2안타 2타점을 기록했고 김현수는 3타수 3안타 1타점의 맹타를 뽐냈다. 특히 그동안 부진했던 추신수가 3점홈런을 치며 살아나 결승을 앞둔 대표팀 입장에선 고무적이었다.
유해길 기자 hk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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