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입찰불이익 없애 경제활성화 법무부가 24일 발표한 ‘행정형벌 합리화 방안’은 양벌규정 개선과 형벌의 과태료 전환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는 상시적이고 잠재적인 처벌의 위험성을 제거해 기업주가 경영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현실과 동떨어진 처벌 규정을 정비해 전과자 양산을 막겠다는 조치로 풀이된다.
◆기업활동 불편 해소·전과자 양산 방지=정부는 그동안 형벌만능 주의가 전과자를 양산하고 경제활동의 위축을 초래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각 부처 행정법률의 83%가 처벌규정을 두고 있으며 형벌의 비중이 44%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무분별한 규제와 엄벌주의는 정부에 대한 불신과 법 무시 경향을 불러일으켜 결국 준법의식이 약화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 정부의 시각이다.
법무부는 이날 브리핑 과정에서 정조대왕의 사례를 들어가며 행정형벌 합리화 방안을 추진한 배경을 설명했다. 정조대왕은 금주법을 시행하자는 상소를 물리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백성이 지키기 어려운 법을 만들어 불편하게 할 이유가 없고, 가난한 사람들만 처벌될 것’이라는 이유로 금주법을 시행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가 종업원의 위법행위에 영업주까지 처벌하는 양벌 규정에 대해 책임주의 원칙에 어긋난다며 위헌 결정을 내린 것도 정부가 이번 방안을 내놓은 배경이다.
2004년 10월 치과의사면허 없이 의료행위를 하다 보건범죄단속 특별조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모씨와 김씨를 종업원으로 고용하고 기공소를 운영한 강모씨 사건을 심리한 재판부는 “보건범죄단속 특별 조치법의 양벌규정이 다른 사람의 범죄에 대해 그 책임 유무를 묻지 않고 형벌을 부과함으로써 형사법의 기본 원리인 책임주의에 반한다”고 판단했다.
법인이 양벌규정으로 처벌된 경우는 2005년 2만7481건, 2006년 3만4887건, 2007년 3만6926건으로 매년 증가해 국민들이 과도한 형벌과 양벌규정 개선을 희망하고 있는 여론도 반영됐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해 기업 관련 처벌 제도의 문제점과 개선과제를 조사한 결과 모호한 법령정비(48.8%)에 이어 과도한 형벌 개선(23.6%)과 양벌규정 등 개선(12.5%)을 가장 많이 꼽았다.
◆연간 10만명 전과자 감소 효과=벌금형 등의 형벌을 과태료로 전환함으로써 취업과 해외여행, 입찰 등에서 전과자로서의 불이익을 받는 사람들이 대폭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법무부는 행정형벌 합리화로 매년 양벌규정에 따른 전과자 6000여명과 벌금형 처분자 9만9000명 등 10만명가량의 전과자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경제적인 효과도 클 것으로 보인다. 법인의 벌금 부담 170억원이 줄어드는 데다 양벌규정 개선에 따른 국민 편의 증진 효과로 220억원, 과태료 전환에 의한 절차 단축 효과 약 693억원을 절감할 수 있다. 또 행정사범 감소에 따른 수사기관과 법원의 업무 감소로 연간 약 527억원의 행정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 이로써 법무부는 모두 1610억원의 절감 및 경제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박호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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