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정원이 올해 처음으로 야심만만하게 내놓은 영화는 ‘대한이, 민국씨’. 최정원은 이 영화에서 순진하고 사랑스러운 ‘바보’ 대한이로부터 일편단심 사랑을 받는 지은이 역을 맡았다. 차분한 톤으로 영화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연기를 해야 했던 것. 인터뷰에서 만난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만큼이나 영화에 대한 자랑도 신나게 늘어놓았다.
# 작품 위해서라면, 묻혀도 좋아
최정원은 ‘대한이, 민국씨’를 두고, 현실이 묻어나는 바보 영화라고 설명했다. 서로의 아픔을 갖고 자연스럽게, 튀지 않게 감동을 전할 수 있는 작품이란다. 이 영화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최정원도 최대한 ‘묻어가는’ 연기를 시도했다.
“물론 제가 부각되면 좋겠죠. 하지만 작품을 위해서라면 욕심도 버릴 줄 알아야 하잖아요. 지은이 캐릭터는 묻히면 묻힐 수록 좋아요.(웃음)”
대신 전면에 나선 공형진, 최성국, 두 걸출한 선배의 연기를 보고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달았다.
“사석에서 만나도 두 오빠(공형진, 최성국)는 영화 속의 느낌이 남아있어요. 대한이, 민국씨의 말투를 유지하고 있는 거예요. 일상에서도 영화에 푹 젖어있는 모습이 상당히 프로페셔널하게 보였죠.”
# 밸런타인의 추억

‘대한이, 민국씨’는 밸런타인데이인 오는 14일 개봉된다. 연인들의 날인만큼 따뜻하고 훈훈한 이 영화가 제격이라고 강조한 최정원은 2008년 밸런타인이 자신 생애 최고의 밸런타인이 되길 기대했다. 빠듯한 홍보활동으로 정신없이 보내겠지만, 이보다 더한 행복이 어디있겠냐는 반문이다.
“사실 밸런타인이라고 해서 큰 추억도 없어요. 특별한 날만 되면 주위에 아무도 없는 징크스가 있거든요.(웃음) 아! 고등학교때 초콜릿을 준 적은 있어요.”
깔깔거리며 털어놓은 고등학교 시절의 밸런타인 일화는 꽤 슬픈 것이었다.
“초콜릿을 사서 포장까지 직접 했었어요. 학교 선배에게 한눈에 ‘뿅’가서 짝사랑을 하던 중이었거든요. 멀리서 본 것으로도 행복해 하고 하는 감정 있잖아요. 워낙 숫기가 없어서 전전긍긍하고 있었는데, 친구들이 도와줘서 용기를 냈었죠. 결국 그 선배가 초콜릿과 꽃을 받긴 했는데, 다른 반응은 없었어요.(웃음) 벌써 다른 선배를 좋아하고 있더라고요.”
당시에야 정말 힘든 일이었지만 지금은 ‘내가 참 어렸구나’하며 떠올리는 추억 중 하나가 됐다. 최정원은 ‘이제 팬들이 주는 초콜릿이 있어, 이 직업이 참 좋구나’ 하는 걸 새삼 느낀단다.
# 10년 후에는 칸느에 가야지
배우로 거듭나겠다는 다짐은 10년 후 꽤 커다란 목표로 이어진다. 칸느 영화제의 레드카펫을 밟아보자는 것. ‘미모의 탤런트’로 자리매김해온 최정원은 그동안 숨겨왔던 진짜 욕심을 살짝 엿보였다.
“저는 전도연, 문소리 선배님을 정말 정말 좋아해요. 저도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저는 그동안 예쁜 역할을 많이 맡았는데, 사실 연기하는 모습 자체가 예쁜 배우가 진짜 예쁜 배우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순수하게 역할 하나로 관객에게 다가가고 싶어요.”
사실 최정원은 연기가 ‘천직’이라고 느낀 게 겨우 2년 전이다. 데뷔한지는 8년이 됐지만, 아직 첫걸음을 내딛는 중이다.
“연극영화과를 다니긴 했지만, 그냥 아는 선배 추천으로 오디션봐서 작은 역할을 할 때에는 잘 몰랐어요. 대사 순서도 뒤죽박죽이고, 조명 카메라 때문에 정신도 하나도 없었고.(웃음) 또 연예계에 좋은 분들만 있는 건 아니잖아요. 드라마 ‘올인’에 합류하기 전에는, 정말 그만 둘 생각도 했었어요.”
2006년 촬영한 ‘소문난 칠공주’는 비로소 연기의 재미를 듬뿍 느끼게 해준 작품이다.
“현장에 가면 정말 즐겁고, 어떤 장면을 찍고 나면 카타르시스까지 느껴졌어요. ‘아, 내가 연기로 스트레스를 푸는구나’ 싶었죠. 만약 ‘올인’ 전에 그만뒀으면, 지금쯤 얼마나 후회했겠어요.(웃음)”
최정원은 보여준 것보다 보여줄 것이 더 많다. 당차고 활발한 역할을 주로 해왔지만, 실제로는 소설가 에쿠니 가오리의 열성팬일 정도로 감수성도 예민한 편. 또 운동신경이 발달해서 액션 연기도 자신있다. 그는 “칸느에 가기 전까지는 절대 결혼도 하지 않아야지!”라고 야무지게 덧붙였다.
스포츠월드 글 이혜린, 사진 김용학 기자 rinny@sportsworldi.com
[관련기사] 최정원 "팬미팅 굴욕, 만회할 것"
<스포츠월드>스포츠월드>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