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위 끝나도 ‘위증 고발’ 길 열려
국회의장실서 고발주체 변경 제동
‘법사위원장→국회의장’ 원상복구
10월 본회의서 비쟁점법 처리 추진
뾰족수 없는 野 “필리버스터 검토”
與 “골든타임 허비, 국정 발목잡기”
여야가 29일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두고도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대치를 이어갔다. 여당은 정부조직법 개정안,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설치법, 국회법 개정안에 이어 9월 정기국회 마지막 쟁점법안까지 합의가 아닌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한 표결 처리를 강행했다. 더불어민주당 추진 법안에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로 막고 여당은 다음날 표결로 강제종결시키는 공식이 4박5일간 도돌이표처럼 반복됐다.
여야는 대치 책임을 상대당에게 물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로 국회를 마비시켰다”고 비판했고, 국민의힘은 “소수를 무시하는 것이 민주당의 뉴노멀이 됐다”고 맞섰다. 민주당은 다음달 2일 본회의를 열고 비쟁점 민생 법안을 처리하자는 입장이지만, 국민의힘은 추가 필리버스터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與, ‘증감법’ 고발 주체 국회의장으로
국회는 이날 본회의에서 민주당 주도로 필리버스터를 강제 종료하고, 재석의원 176명 중 찬성 175명, 기권 1명으로 국회증언감정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국회 특별위원회에서 증인·감정인의 위증에 대한 고발을 특위 종료 후에도 가능하게 하는 것이 골자다. 민주당은 당초 위증 고발 주체를 ‘국회의장’으로 했다가 ‘법제사법위원장’으로 바꿔 본회의에 법안을 상정했는데, 필리버스터 도중인 이날에 국회의장으로 재수정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의전 서열 2위에 해당하는 국회의장이 고발 주체가 되는 것이 격에 맞지 않다는 차원에서 (고발 주체를 법사위원장으로 두는) 수정안을 냈는데, 의장 측은 국회가 주체로 고발한다면 국회의 대표인 의장이 하는 것이 낫다는 원론적 입장을 말씀하셔서 다시 (재)수정안을 냈다”고 설명했다. 지난 수정안이 국회의장보다 법사위원장이 우위를 점하는 법이라는 야당 지적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위헌 논란이 있었던 ‘소급 적용’ 부칙은 최종안에서도 빠졌다.

◆“野, 직무유기” “與, 합의 사라져”
본회의 문턱을 넘은 4개 법안을 놓고 여야는 극과 극을 달렸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대한민국 회복과 개혁, 성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법안”이라고 자평했다. 정부조직법 개정으로 검찰청을 폐지했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설치법으로 ‘권력의 방송’을 ‘국민의 방송’으로 되돌렸다는 것이다.
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을 향해 “무성의한 필리버스터만 고집하고 있다”며 “대한민국 정상화의 골든타임을 허비하는 것은 명백한 정치의 직무유기이며 국민에 대한 배신행위”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소수당을 무시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민주당이 절대다수를 점하면서부터 국회 내에 합의 정신은 완전히 사라지고 소수에 대한 배려나 존중은 아예 무시하는 것이 뉴노멀이 돼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비쟁점 법안도 ‘필버’ 가능성
민주당은 다음 순서로 비쟁점 법안 처리에 나서기로 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비쟁점 민생 법안 처리를 위해 10월2일 본회의를 열길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국민의힘에 지속 요청하고 있다”고 했다.
국회는 이날 국회증언감정법 처리 후 ‘2050 탄소중립 국가비전’ 명문화 및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 달성을 위한 무상할당비율 제도화 등을 담은 ‘온실가스배출권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 개정안을 여당 주도로 통과시켰다. 국민의힘은 이 법안의 본회의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필리버스터는 하지 않았다.
다른 법안에 야당이 협조할지는 미지수다. 비쟁점 법안 69개에 필리버스터를 신청하는 ‘69박70일 필리버스터’ 가능성도 거론된다. 최수진 원내수석대변인은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의총에서 비쟁점 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의견이 나와서 지도부에서 검토 중”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21일 대구, 28일 서울에서 대규모 장외투쟁를 했지만, 소수야당으로 여당에 대항할 다른 카드는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현재로선 이러한 상황을 국민에게 최대한 많이 알리고 투쟁을 이어가는 방법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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