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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만난세상] 뒷맛 남긴 대통령의 발언 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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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9-29 23:04:20 수정 : 2025-09-29 23:04:20
배상철 사회2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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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운홀 미팅(Town hall meeting)은 주민과 지도자가 얼굴을 맞대는 자리다. 17세기 미국 작은 마을에서 시작됐다. 마을회관에서 지역 현안을 토론하던 모습이 시초다. 물리적 여건상 21세기에는 완벽한 재현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타운홀 미팅은 오늘날 직접 민주주의 상징이다. 지도자가 얼마나 열린 마음으로 주민 목소리를 듣는지 보여주는 무대다.

이달 12일 강원도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은 이런 의미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도민이자 선출된 대표인 김진태 강원도지사 발언을 막는 모습이 연출되면서다. 김 지사가 발언을 시도하자 이 대통령은 ‘도민들 이야기를 먼저 듣자’며 말을 끊었다. 그렇게 두 차례, 공개적으로 김 지사를 제지하는 장면은 ‘열린 광장’ 이미지를 흔들어 놓았다. 이 대통령 의도는 이해할 수 있다. 그는 지역 주민의 날것 그대로 목소리를 듣고 싶다고 했다. ‘주민 이야기를 하나라도 더 듣기 위함이니 양해해 달라’고 이해를 구하기도 했다.

배상철 사회2부 기자

그럼에도 씁쓸한 뒷맛이 남는 건 지자체장, 특히 야당 소속이라는 이유로 발언 기회를 차단하는 경우가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7월25일 부산 타운홀 미팅에서 한 참석자가 박형준 부산시장에게 직접 답변을 듣고 싶다고 했지만 박 시장에게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앞서 대전에서는 야당 대전·충남·충북 시도지사가 초청조차 받지 못했다. 반면 첫 타운홀 미팅이 열린 광주에서는 여당 지자체장이 나서 다양한 의견을 냈다.

비판이 제기됐다. 국민의힘은 “야당 지자체장 발언만 제지하는 것은 노골적 정치차별”이라며 “지방선거를 앞두고 관건선거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논란이 일자 대통령실은 “주민들에게 발언 기회를 준 것”이라며 “지자체장 초청이 필수도 아니다”고 해명했다. 애초 취지는 희미해지고 정치적 파장만 남았다.

지자체장은 단순한 정치인이 아니다. 선출된 지역주민 대변자다. 시도지사가 주민들에게 들은 의견을 정리해 전달하는 것도 민주주의 과정이다. 이들의 발언을 제지하는 순간, 이 대통령은 도민들의 직접 발언은 보장했지만 도민을 대표하는 집합적 발언은 막아버린 셈이 됐다. 실제로 김 지사가 전달하려던 ‘양구 두타연 군사 규제 해소’ 건의는 강원도 숙원사업이다.

방법에도 문제가 있었다. 짧게라도 기회를 줬다면 논란은 없었을 터다. 처음부터 지자체장 의견은 서면으로 받겠다는 원칙을 정했어도 불필요한 오해는 막을 수 있었다. 타운홀 미팅에 참석한 장관들의 발표시간을 줄였어도 됐을 일이다. 여기에 할애된 시간만 30분 이상이었다. 지도자의 태도는 의도만큼이나 장면이 중요하다.

타운홀 미팅은 이 대통령 리더십을 시험하는 무대였다. 야당 지자체장 발언을 존중하는 장면은 갈등을 넘어 통합을 향한 첫걸음이 될 수 있었다. 대통령이 강조한 ‘더 많은 도민의 이야기’와 지자체장이 갖는 ‘도민 대변자’의 역할은 충돌하지 않는다. 두 축이 함께할 때 진짜 대화가 가능하다. 한쪽 귀를 닫으면 대화의 장은 독백의 무대가 된다. 광장은 더 이상 광장이 아닌 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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