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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억칼럼] 사법부 압박, 여기서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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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9-29 23:04:43 수정 : 2025-09-29 23:04:42
박창억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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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장 청문회 있을 수 없는 일
민주주의 퇴행 국가 전철 밟는 듯
오만한 권력은 국민 저항 직면해
민주당 절제·신중함 잃으면 안 돼

더불어민주당이 압도적 다수의 국회 의석을 차지한 가운데 치러진 20대, 21대 대선을 앞두고 ‘정치의 질곡’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입법권을 틀어쥔 민주당이 대통령 권력까지 장악하면 국가권력의 독식에 따른 부작용이 만만치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21대 대선에서는 ‘내란 종식’이라는 대의에 묻혀 큰 반향은 없었지만, 사석에서 이런 견해를 내놓는 정치 전문가들이 상당했다. 최근 조희대 대법원장 퇴진을 요구하는 등 사법부를 압박하는 민주당의 행태를 보면 이런 생각이 기우가 아니었음을 확인하게 된다.

오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이 조 대법원장의 대선 개입 의혹을 조사하기 위한 청문회를 개최한다. 올 5월 대법원이 이재명 대통령 사건을 유죄 취지로 2심으로 돌려보낸 과정의 적절성, 조희대 한덕수 등 4인 비밀 회동설 진위 등을 직접 묻겠다는 것이다. 조 대법원장은 불출석을 통보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판사는 무오류의 신인가, 사법독립은 천하무적 방패 아냐”(정청래 대표)라며 강력 반발했다. 국회가 특정 재판에 대해 추궁하기 위해 대법원장을 국회로 부른 적은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에도 없었다.

박창억 논설실장

지금 민주당의 행보는 민주주의 퇴행을 겪은 나라에서 공통적으로 벌어지는 현상을 따라가고 있다. 베네수엘라, 튀르키예, 헝가리, 폴란드 등 민주주의가 위기에 직면한 국가들에선 한 정당이 선거로 의회와 행정 권력을 장악한 뒤 사법 권력을 옥죄었다. 그 방법도 대동소이하다. 입법·행정부가 사법부를 불신한다는 여론전을 전개하거나, 대법원이나 헌법재판소의 구성을 변경하기 위해 판사 정원을 늘렸다. 또 재판 관할권을 변경해 별도의 법원을 만들고, 판사의 임명이나 평가방식을 바꾸는 식이다. 민주당도 조 대법원장에 대한 퇴진 압박,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대법관 증원 등을 추진하고 있다.

사법개혁 필요성에 누가 공감하지 않겠는가. 정치적으로 편향된 판결, 노골적인 재판지연, 고질적인 전관예우까지 바로잡아야 할 일이 한둘이 아니다. 그러나 지금 민주당이 하는 일은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는 사법개혁이라고 할 수 없다. 개혁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그 근저에 깔린 정치적 포석을 읽어내는 것은 어렵지 않다.

민주당이 사법부를 압박하는 등 내란 척결작업을 더 확대해 가려는 첫 번째 이유는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십중팔구 민주당은 지방선거에서도 국민의힘을 내란 세력으로 몰아갈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이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 때문일 것이다. 이 대통령 퇴임 후 5개의 재판이 재개될 가능성을 원천봉쇄하려는 것이다.

지난 26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이 대통령 국정 지지율은 55%, 민주당 지지율은 38%를 기록했다. 갤럽 정기조사로는 이 대통령 집권 후 최저치다. 여권의 지지율 하락 원인은 민주당의 집요한 사법부 압박을 빼고는 설명이 어렵다. 사법부 공격에 동원된 정 대표, 추미애 국회 법사위원장의 언행은 얼마나 거칠고 품격이 떨어지는가. 여권의 지지율 하락은 민주당의 행태를 보며 중도층에서도 민주주의·삼권분립 훼손에 대한 우려가 컸다는 방증이다.

지금 민주당은 절제와 신중함을 잃었다. 민주당은 자신들의 정치적 좌표와 코드를 ‘강성 당원’에 맞추고 있다. 정 대표, 추 법사위원장 등이 경쟁적으로 강성발언을 쏟아내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들이 주도하는 사법부 압박은 비상계엄에 반대하고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국민마저 거부감을 갖게 하고 있다. 대선 이후 이 대통령의 실용주의에 희망을 갖고 어렵게 마음을 열게 된 중도층이 다시 등을 돌릴 가능성이 높다. ‘당심’을 좇다 보면 ‘민심’은 놓치게 되는 법이다.

한국 정치사를 되돌아보면 과도한 권력집중의 시도는 언제나 국민의 큰 저항에 직면했다. 오만한 정치세력을 국민은 선거를 통해 어김없이 심판했다. 지금 민주당은 이 나라의 민주주의와 정의, 진실을 모두 자신들만이 독점하고 있는 양 행세한다. 민주당이 권력 행사를 자제하지 않으면 훗날 감당하기 힘든 후과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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